“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 12:24

 28주년의 교회 창립을 맞이하였고 개인적으로 이제 이 교회에서 부르심을 받은지도 14년이 되었습니다.

 어두웠던 20대 초반 시절에 저는 세상에서 제 존재의미를 몰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한 사람이었습니다. 살면 뭐할까? 라는 회의적인 생각만이 늘 제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이런 제게 자석 같은 끌림으로 다가온 이 교회에서 저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외적으로는 대학도 졸업하고 보육원 봉사활동을 했고, 취업도 했고 좋은 가정도 얻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도 제 주변에 생겼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제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이 교회에 흐르고 있는 예수님의 사랑과 예수님을 진심으로 순수하게 사랑하고 그분의 삶을 그대로 따르고자 하는 많은 선배 목자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처음 이 교회에 왔을 때부터 느꼈던 것은 예수님을 정말 순수하게 사심 없이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한 영혼을 소중히 여기는 목자의 마음, 그리고 실패하고 좀 못하더라도 함께 아파해주고 그 자리에 함께 있어주고 양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으며 끝까지 기다려주는 목자님들이 제 주변에 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어떤 분은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어떤 분은 친형과 친누나처럼 제 곁에 있었습니다. 세계 선교에 대한 열정으로 교회가 하나 되어 갈 때 선교에 대한 비전이나 마음이 전혀 없었던 저는 이 교회는 너무 좋았지만 여기서마저도 나는 뒤쳐져간다는 열등감 때문에 수양관 잔디밭에서 혼자 밤새워 울렸던 때가 있었습니다. 교회를 더 이상 다닐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수양회가 끝나자 저의 목자님께서는 저의 힘듦을 아시고 조용히 아무도 없는 2층 예배실로 불러서 제 마음을 위로하는 찬양을 불러주셨습니다. 네가 조금 못하고, 네게 그런 소원이 없더라도 네 마음에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공의가 있으니 하나님은 너를 이해하시고 아신다는 찬양으로 위로해 주셨습니다. 늘 쓰러지기를 잘하는 저를 일으켜 세웠 주셨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하셨습니다. 저는 목자님을 통하여서 좋으신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의 꿈은 좋은 목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같이 울어줄 수 있고 끝가지 믿어 줄 수 있는 그런 목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목자님들처럼 하나님을 정말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취업을 하고 이 세상에서 삶을 시작하면서 저의 꿈은 자꾸만 멀어지는 듯 하였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주님을 대신하는 것들이 제 마음속에 많이 생겼습니다. 세상의 힘은 만만치 않았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지고 있는 내 힘은 너무나 작았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도전을 하려고 하면 자꾸만 나를 더 정신없이 몰아갔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집중을 할 수 없는 환경들이 늘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힘보다 세상의 힘이 더 크게 보이게 하였습니다.

 나도 그런 것들을 소유해야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착각 속에 있을 때도 많았습니다. 목자의 삶은 자꾸만 더 멀어져가고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님의 향한 사랑이 제안에서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느껴졌습니다.

 하나님은 작년 말부터 제게 한 가지를 원하셨습니다. 그것은 내가 너에게 원하는 단 한 가지는 하나님만을 사랑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 내 인생의 길임을 알려주셨습니다.

 얼마 전 구청 송별회를 극장에서 했습니다. 60명의 직원들과 고 이태석 신부님의 일대기를 그린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 영화를 봤습니다. 너무나도 가난한 가정에 10남매 중 9번째로 태어났고 그는 의대에 진학하여 졸업했으나 그는 사제의 삶을 살기위해 군의관을 마치자마자 신부로 서원합니다. 그리고 아프리카 수단에서도 가장 빈곤한 톤즈라는 곳에 가서 홀로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학교를 세워 자신의 전 삶을 톤즈 사람들에게 헌신합니다. 결국 그는 말기암을 얻었고 올 초 하나님 나라로 떠났습니다. 신부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분의 죽음을 너무나 슬퍼했습니다. 그중에 신부님을 아버지로 따랐던 한 아이의 눈물을 보며 모든 직원들이 눈물바다를 이루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직원 한명이 저를 보며 신부님처럼 제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던졌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 세상 생활을 잘하는 친구의 말인지는 몰라도 그 직원의 말이 계속 제 마음속에 남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극히 작은 자 한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보장된 미래도 평생을 고생한 어머니의 마음도 가슴에 묻고 하나님을 따랐던 그 신부님을 삶을 보며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났던 여러 가지 교회의 변화 속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고민들을 저는 가슴에 묻고자 합니다. 28년전 이 교회를 세우신 주님, 그리고 인도해 오신 주님, 앞으로 신실하게 인도해 가실 주님을 믿고 바라보고 싶습니다.

 요즘 들어 믿음의 사람 노아가 자꾸만 생각납니다. 창세기 성경공부를 참 많이 했지만 큰 감동이 없었던 노아였습니다. 그러나 노아가 자꾸만 생각나는 이유는 이 시대가 노아의 시대와 많이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사람들의 관심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있고 하나님을 향한 관심과 인생의 의미나 목적보다는 물질을 소유하는데 마음을 쏟습니다. 또한 사단은 그것을 소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참하게 느끼도록 환경을 조작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것이 갈수록 자랑스럽게 되지 못하고 있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삶의 일부분이나 하나의 문화생활의 일부분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습니다. 신앙인까지도 내 취향과 내 기호의 맞는 교회를 선택하거나 하나님을 문제해결 해 주는 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저에게도 하나님을 그렇게 믿고 따르고자 했던 마음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시대가 그렇게 흘러가더라도 제 신앙이 노아의 신앙으로 다시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더라도 노아처럼 시대를 역행할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 노아처럼 믿음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하나님의 사람, 그 길을 걸어가는 교회,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런 사람들을 양육할 수 있는 교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원이 요즘 들어 제안에 조금씩 싹트고 있습니다. 저는 제 자신 안에서부터 그런 하나님의 사람으로 올 한해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그런 교회를 위해 제 자신이 헌신 되어지길 소원합니다. 삶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그 무게는 여전히 있겠지만 나의 도전과 헌신이 있을 때 나의 짐을 함께 짊어져 주실 주님을 믿고 바라봅니다. 늘 저의 작은 오병이어를 기뻐 받으셨던 주님, 그 오병이어를 주님께 다시 드릴 수 있는 자로 제가 다시 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