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시되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
누가복음 22장 42절
매년 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몇몇의 특별한 날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정에, 나라에, 특별한 날은 달력에 이미 표시가 되어 있기도 하고, 개인에게는 그 특별한 날을 기억하기 위해 일부러 표시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매년 돌아오는 날이지만 그날은 다른 수많은 날보다 의미 있는 날이기에 기억하고 싶고, 기념하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오늘은 어떤 날인가? 제 자신에게 질문해 봅니다.
오늘은 내게, 아니 주님을 사랑한 수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날입니다.
오늘이 있었기에 어두움 속에 갇힌 것들이 밝고 찬란한 빛의 세계로
오늘이 있었기에 슬픔과 두려움이 기쁨과 평강으로
오늘이 있었기에 삶의 끝이라고 생각한 죽음이 부활의 시작으로 바뀌게 된 특별한 날입니다. 바로 오늘 주님이 십자가 위에서 보여주신 특별한 사랑 때문에 말입니다...
나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단 번에 보여 주신 시간,
이번 고난주간은 제게 특별한 시간 이였다고 고백해봅니다. 다른 해보다 고난주간 동안 대단한 노력을 드려 주의 고난에 참여했거나, 또는 주님의 고난을 깊이 묵상을 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극히도 개인적인 나의 모습을 내 자신 스스로가 보았기 때문입니다.
나 안의 연약함, 내 안의 두려움, 내 안의 믿음이 아닌 불신이, 기쁨이 아닌 슬픔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무지한 무리들 같고, 진리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외면한 빌라도와 같았으며, 주님의 제자로 주와 동거 동락했으면서도 주를 모른다고 부인한 베드로와 다른 제자와 같은 모습 이였으며, 또한 극심한 슬픔과 절망 속에 갇혀 주님을 알아보지 못한 마리아와 같은 모습이였습니다.
이르시되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
누가복음 22장 42절
이번 고난주간 말씀 중에 눅 22장 42절 말씀을 통해 실제적으로 주님께서 감당하셔야 했던 십자가가 얼마나 주님께 무거운 것 이였으며, 할 수만 있다면 회피하고 싶은 것인지를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로부터의 외면(그것이 인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잠시간의 외면이라 할지라도)과, 십자가에서 자신의 살과 피와 인대가 뜯기어 나가는 고통과, 너무나 사랑했던 제자들로부터의 배신은 감당하기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완전하시고 온전하신 그분, 예수님께도 말입니다.
이르시되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라고 고백하신 말씀은 이제 더 이상 성경에 나온 말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였습니다. 이 말씀은 아주 실제적으로 지금 내 안에서 일하시고 계시는 주님을 향한 나의 마음의 고백이기도 했기에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의 고통을 작고 낮은 나의 일과 비교 할 수 없는 것이지만 한 순간이라도 하늘 아버지 앞에 마음을 드려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셨던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는 시간이였습니다. 내 마음이 주님 안에 있지 않을 때는 절망과 두려움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주님이 자신 앞에 나타나셨는데도 알지 못한 마리아처럼, 엠마오로 갔던 두 제자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감당하기 힘든 십자가의 길을 앞에 두고 하늘 아버지께 정직한 고백을 드렸습니다.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신다 하늘 아버지께 고백하심으로 참 순종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길이 주님께 힘든 일이지만 아버지께 순종하신 주님의 모습은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던 제게 깊은 묵상을 하게했습니다.
나의 이성은 나의 길에 대한 모든 일을 주께 맡기겠노라는 생각만의 순종 뿐 이였습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본성은 얼마나 자주 어떻게 될까봐 조마 조마하는 연약한 모습이였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하는 나의 본 모습이였습니다.
참으로 주님 앞에 연약한 모습이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주님께서 하늘아버지께 드린 순종을 본받아 저 역시 나를 가장 잘 아시고, 나를 돌보시는 주님께 순종을 드리길 원합니다.
주님께서 아버지께 순종을 제사를 드리고자 하셨을 때 힘을 얻고 십자가의 길을 의연하게 가셨듯이 제 역시 그리 되기를 소망합니다.
주님께서는 이미 성경의 예언한 대로 고난을 받고 십자가의 길을 가셨고 제 삼일에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평소 그분을 너무나도 사랑하셨던 마리아에게 먼저 나타나시고 평안을 주셨습니다. 주님의 죽음으로 인해 마리아는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마음이였을 것입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주님이셨는데,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주님이신데 그분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절망의 끝 이였을 것입니다. 또한 주님의 죽음으로 인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갈릴리 구석구석에서 그들을 부르시고 제자삼아 주시고, 진정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해주신 분이셨는데, 사랑하는 그분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과 소중한 주님을 배신한 자신들의 모습으로 인해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이런 그들을 부활하신 주님은 만나주셨습니다.
고난주간을 이어 부활절 말씀 공부를 하면서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이,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이 그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와 주신 것이 너무나도 큰 위로와 감사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주님이 십자가에서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부활하셨다는 것이 거듭거듭 감사로 다가왔습니다. 주님의 부활의 소식은 주를 간절히 사랑한 여인들과 제자들뿐만 아니라 내게 기적처럼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부활이 없었더라면 오늘 나의 모습은 절망과 두려움으로 끝났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 누가복은 24장 48절
그렇습니다. 내 주님의 부활은 2000년 전 주를 기다린 여인들과, 제자들뿐만 아니라 오늘 제게 동일하고 실제적으로 일어난 기적입니다. 그분이 아기의 모습으로 처음 이 땅에 오셨을 때와 만민에게 축복 이였듯이 주님의 부활은 나를 위한 그분의 선물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신 주님의 선물입니다.
십자가는 고통 그 자체처럼 보입니다. 너무 무겁고 치욕스러워 십자가를 보는 것 자체도 외면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십자가를 통하여 나에게 부활의 큰 영광의 선물이 주어졌음을 알게 됩니다.
내게 부활의 기쁨을 선물로 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를 올려드리며 또한 예수그리스도 밖에 있어 외인이고 이방인일 수밖에 없던 제게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소개해주신 분! 마리아 목자님을 기억하며 깊은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어두움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내게 밝은 빛을 소개해 주신 분
오늘 그분의 발자취가 새삼 제게 어두움을 깨는 밝은 빛으로 다가옵니다.
더 이상 내 속에 갇혀 있지 않고 부활의 주님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 모든 일에 증인된 자임을 알게 하십니다.
고난주간 말씀묵상 (고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