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마리아 선교사님 순교 9주년 (이진영 집사)

요한복음 19장 30절

예수께서 신포도주를 받으신 후 가라사대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시고 영혼이 돌아가시니라

" 다 이루었다"

십자가 위에서 하신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을 들으며 제 마음에 말할 수 없는 감격이 흐릅니다.

죽음앞에서 한 그 한마디.

가장 낮은 곳 마굿간으로 오셔서 머리둘 곳도 없이 사시다가 배신당하고 외면당하는 죽음앞에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렇게 불쌍한 인생이 있을까'

그러나 오늘 저는 십자가 앞에서 그 분을 조롱하고 비웃었던 자들을 가장 불쌍한 인생들로 기억합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졌으며 심지어는 예수님을 죽일 권세까지도 누렸던 그들을 통해 이루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화려한 곳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누렸으나 세상에 무엇을 남겼을까요? 그들의 삶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은 짓밟혔고 절망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죽였던 예수 그리스도의 삶은 어떠했습니까? 제 마음에 그 분은 꽃처럼 피어났고 저는 그 분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 이루었다'는 그 분의 마지막 말,

진정 그 분은 당신의 인생을 통해서 해야 할 모든 것을 다 이루셨습니다. 예수님의 태어남을 통해서 시작하셨고, 삶을 통해서 사랑으로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켰고, 죽음으로 그 사랑을 완성하셨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운 인생을 꿈꿉니다. 나비가 되어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원하기도 하고, 갈매기 조나단처럼 높이 날아 멀리 보는 삶을 갈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땅에 나무를 심어 그것이 희망으로 자라기를 꿈꾸기도 합니다. 그러나 몸부림치며 살아도 우리 인생에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생을 통해 그것을 이루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이룰만큼 완벽하게 살수도 없고 그것을 누릴만큼 많이 갖지도,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슬프고 두려워합니다.

그러면 누가 자신의 인생을 통해 '다 이루었다'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오늘 한 사람의 삶을 묵상하면서 그 의미를 새롭게 발견합니다. '다 이루었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내 인생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자기 것을 이루려는 생각과 집념에서 벗어난 자가 그런 인생을 살 수 있었습니다. 우리곁에 머물렀던 시간은 짧았지만 그 분의 삶을 통해 저는 '아름다운 인생' 을 보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말할 것입니다. '그가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런 자들은 사람의 속에 있는 것을 볼 수 없는 자, 숲을 원하고 소유하기 원하면서도 씨앗을 외면하는 자들일 것입니다. 우리의 가치가 오래 사는 것에 있고 많이 누리는 것에 있고 원하는 것을 갖는데 있게 된다면 그런 인생들은 결코 '다 이룬'인생을 살지 못할 것입니다.

'다 이루었다'는 말을 내 인생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내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데 있습니다.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는데 있습니다. '다 이루었다'는 나의 언어가 아니라 하나님의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인생도 이런 인생을 살 수 없지만 내 삶을 통해 하나님이 이루시기를 원하는 일, 그 분량을 채웠다면 그 분이 쓸모없이 살다 죽을 내 인생의 마지막에 '다 이루었다'말씀해주시고 '아름다웠다'고 이름 붙여주시는 것임을 발견합니다.

인생을 평가하시는 이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목자님, 그 분을 통해 저는 이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분이 얼마만큼 하나님을 사랑하는지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끊을 수 없는 사랑으로 그 분은 하나님을 사랑하셨고 사랑하며 살다가 사랑함으로 죽으셨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분의 삶을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으며, 한이 맺혀 울지 않습니다. 그 분은 그리스도로 인해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었고, 가난과 질병, 슬픔과 절망뿐인 어린 꽃들에게 희망이 되었습니다. 그 분은 그리스도로 인해 높이 날아 먼 곳까지 본 세계들을 가르쳐,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소망할 수 없는 어린 갈매기들에게 꿈을 꾸게 하였습니다. 아무도 살지않는 사막과 같은 땅에 소리도 없이 일어나 도토리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 땅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그리스도를 심고 그리스도가 자라 그리스도로 무성한 세상이 이루어지는 것을 저는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먼저 제 안에 일어났던 세계입니다. 쓸모없는 내 인생이 그분을 만났고 예수를 알았으며 지금 그리스도의 꿈을 꾸게 된 것,

이것보다 아름다운 일이 세상에 있을까요?

마리아 목자님

당신과 내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연결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죽음을 인해 슬퍼하고 당신을 기억하며 짧은 생을 아까워하며 울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만남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당신과 내가 그리스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도 죽음도 소망이 있는 것은 우리 안에 예수님으로 말미암은 부활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이 서럽지 않고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부활 소망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소망은 당신에게도 있었고 지금 이 세상에 살아있는 내게도 있습니다. 그 소망으로 우리는 모두 살아있는 자가 되었고 우리가 믿고 소망하는 모든 것들이 살아있는 것이 됩니다.

내 안에 그리스도가 심기워지고 당신께 배운 사랑으로 동일한 소망을 품은 생을 사모하는 것이 제게는 기적입니다. 당신이 보이신 사랑이 내 안에 기적을 이룬 것입니다.

하나님과 당신과 내가 내 인생을 향해 동일한 소망을 품을 수 있다면 그처럼 아름다운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그렇게 살아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 하나님께서 내 인생을 향하여 다이루었다 말씀하시고 나를 데려가시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내 인생도 아름다웠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고 한 사람의 인생이 변화되는 것보다 가치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내 안에 그 세계를 이루어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내 안에 그리스도가 있다면 그는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는 내 안에 산 자입니다.

내 안에 예수가 있다면 예수님은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 분의 부활과 더불어 내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이 예수를 전한다면, 그들에게 마리아 선교사님의 순교의 피를 전한다면 그들안에 그리스도가 살아있게 되고 마리아 선교사님의 피는 값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세상이 인정해주는 가치있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 인생을 통해 당신의 꿈을 이루시는 인생을 진정 살고 싶습니다.

그러면 내 인생도 '다 이루었다'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로, 그 분의 사랑으로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꿈을 꿉니다.

마리아 목자님.

당신의 사랑을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삶에 예수그리스도의 삶이 흘러 내게까지 이르렀듯이, 이제 내 삶속에도 그리스도의 삶과 당신의 삶이 함께 흘러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세상으로 흐를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그래서 내 삶을 통해 한 사람이 예수의 꿈을 꾸고 동일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이것이 당신께서 내게 가르치기를 원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