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깊은 회의를 가지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갈바를 알지 못했을 때 무작정 집을 나와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4년 전 이교회를 문을 두드렸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막 귀국하셨던 마리아 선교사님께서 맞아주셨습니다. 그분을 처음 만났으나 무엇인가 모르게 살아있는 그 눈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후 저는 이 교회에서 예수님을 만났고 제 삶의 의미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 선교사님과 관계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분의 인간적인 모습이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그분의 추구하시는 세계가 당시 제가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벅찼습니다. 귀국하시면 인도하시는 성경공부, 메시지, 수양회 말씀과 종종 이루어지는 단체 미팅에서 그분이 말씀하는 모든 세계가 당시에는 이해도 안 되고 수긍도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마음속에 마리아목자님을 이상주의자로 단정 지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현실주의자로 그분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분이 제게 가끔 메일을 주실 때마다 이런 내 생각을 그분께 말씀을 드렸고, 그분이 모임을 인도하실 때 너무나 힘들어했습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마리아 선교사님만 오시면 좋아하는 모습이 제게는 꼭 무엇인가를 추종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저는 오히려 마음 문을 닫고 형식적으로 대할 뿐 그분께 다가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리아 선교사님은 교회 리더였으나 한번도 권위적인 모습으로 제게 다가오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분은 어떻게 해서든지 꽉 막혀있던 저와 소통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던 2001년 3월 마리아 선교사님은 출국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마리아 선교사님의 집에서 캠퍼스맨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마리아 목자님이 인도네시아로 마지막 출국을 하셨던 밤에 집에 돌아오는데 제 책상위에 편지 한 장과 용돈이 있었습니다. 편지를 읽어내려 가는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마리아 목자님은 하늘나라고 가셨습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온 몸에 힘을 다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정신이 멍해지고 너무 놀라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꼭 거짓말인 것 같고 여름이면 다시 한국으로 다시 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이 보내신 메일을 보면서 마리아 선교사님께 돌아올 수 없는 메일을 보내면서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내 스스로 그분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목자님은 한줌의 재로 돌아오셨고 헐몬수양관에 그분을 뿌렸습니다. 결국 죽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리아목자님을 천국환송예배를 마지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당시 목자님의 유품을 정리하셨던 한 목자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마리아 목자님의 가방 속에서 발견한 포장된 선물과 편지 한통을 제게 건네주셨습니다. 저는 오늘 길에 그 편지와 선물을 열어보고 그냥 길가에 주저 않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교회까지 오는 길에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도 목자님과 하나 될 수 없었던 저에게 목자님은 죽기 전까지 내 마음을 열고자, 사랑코자 했던 것 이었습니다. 저 같이 하나 될 수 없는 사람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분을 생각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저는 다짐했습니다. 사랑하는 목자님, 저는 당신처럼 살 수 없지만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들...그 사람들을 저도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이 쓰러지고 울면서 그렇게 품고자 했던 사람들...너무 힘들어 바다처럼 되고 싶다며, 모든 더럽고 추한 것일지라도 바다의 가슴으로 다 정화하여 사랑코자 했던 당신의  마음을 저도 내 가슴 판에 새겨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이제 그분이 하늘나라로 가신지 9년이 지났습니다. 늘 마리아 선교사님은 제 가슴에 살아있지만 올해는 특히 그분이 자꾸만 제 마음속에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저는 요즘 들어 참 많이 답답했습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한계, 연약함과 마주치면서 제 안에 기대와 소망이 사라져갔습니다. 마리아 선교사님이 자꾸만 더 생각났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세상에서  도저히 기대할 할 수 없고 소망할 수 없는 사람들...예수님을 따르고자 했으나 여전히  변화되지 않은 모습들..그분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교회 리더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풀 수도 없는 그 답답함을 그분은 어떻게 했을까..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인간에 대한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와 기대, 소망을 가지고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마리아 선교사님 앞에 저는 다시 섰습니다. 어떠한 타이틀도 없었고 세상에서 보기에는 정말 보잘 것 없는 교회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그 누구보다도 예수그리스도 한분만으로 너무나 당당했던 마리아 선교사님 앞에 저는 다시 섰습니다. 한때는 예수님을 누구보다도 순수하게 사랑했고 한 영혼을 어떤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 사랑의 정신이 우리 교회에 가장 큰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의 행복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마리아 선교사님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고 포기하지 않으려했던 그 자리,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제 자신 앞에 오직 성령님의 임재와 도우심을 기대합니다. 성령님과 함께 마리아선교사님이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걷기를 소망합니다.

 주일날 이글의 발표를 마치고 나무를 심는 사람이 자꾸만 예배시간에 떠올려졌습니다. 하나님과 나, 나와 이웃 사이에 사랑의 씨앗을 한 알씩 심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본질이며,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게 주신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