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횃불되어 타오르는 나의 목자님

사랑하는 나의 목자님!

저는 늘 이렇게 부를 수 있는 목자님이 있어서 너무 좋았었습니다. 아이들의 엄마요, 많은 양들의 목자면서도 언제나 힘들면 기댈 수 있고, 또 하소연 할 수 있는 나의 목자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늘 든든했습니다.

내가 목자님을 만난 지가 벌써 16년이 되었습니다. 내가 행복재활원 보육사로 있었을 때였습니다. 매주 그곳을 방문하던 당신이 우리 방 아이들을 내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라고 했었을 때 참 기분이 안 좋았었습니다. 아니, 내 아이들이 왜 당신네 아이들일까?

그러나 나는 얼마 못가서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행복원의 아이들이 정말로 CLF식구들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정말로 사랑하고, 정말로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CLF와 목자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행복원을 떠나게 된 어느 날 목자님이 내 방에 와서 성경공부를 해보자고 했을 때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예수님을 성경을 통해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고, 또 따뜻한 당신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만난 소중한 나의 목자님!

당신은 그 어찌할 수 없는 사랑으로 나의 얼어붙고 상처 나고 비뚤어진 마음들을 녹여 주기 시작했습니다. 80년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때 , 세상과 사회와 가족들에 대한 미움과 분노로 가득 차 투사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당신의 사랑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참된 투사의 길은 민주 투사가 아닌 그리스도의 군사라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수많은 삶의 방황으로 내가 CLF를 떠났을 때도 당신의 나의 대한 사랑의 끈은 놓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당신을 배신하고 떠났는데도 당신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동일하게 사랑하며 기다려 주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사랑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늘 천덕꾸러기 같은 삶을 살아온 저에게 당신은 한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기다려 주는 사랑으로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사는 게 힘들 때마다 울고 싶었을 때마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갔던 목자님의 방이 생각납니다. 아브라함 목자님이 군의관으로 계셔서 혼자 살고 계셨었지요. 그때는 요리를 잘 못하셨는데도, 늘 먹을 것을 준비해서 먹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게 하셨습니다. 그 때는 아직 초라하던 센터였고 사람도 몇 안 되는데 세상에 소외되고 가난하고 아픈 아이들을 위해서 유치원을 짓고, 공부방을 만들고 그들에게 복음을 심어 영혼이 행복한 인생으로 만들어 주자며 큰 소리로 미래의 꿈을 이야기 하실 때 나는 그 당신의 꿈에 사로잡혀 꼭 당신이 가는 그 길을 따라가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목자님의 메시지, 목자님의 성경공부가 너무 좋았습니다. 늘 그때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목자님의 하나님, 목자님의 예수님은 늘 살아계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온 삶을 다해 사랑하신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온 몸으로 달려가셨습니다. 나는 그때 배웠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내가 자라서 전임사역자 수습을 받게 되어 식사준비를 했었을 때였습니다. 지금 방림동 모아 아파트였었는데, 저는 목자님과 동역자들을 위해 매끼 식사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늘 내가 잘 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잤었습니다. 매운 김치를 담고, 매운 김치찌개에, 매운 오리탕을 만들었습니다. 매운 음식을 드실 수 없는 목자님이셨는데 그러나 저에게 ‘왜 그렇게 음식을 만드냐’고 한 번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제는 목자님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 알 수 있어, 며칠 전에도 열무김치를 먹으면서 올 여름에 나오시면 꼭 열무김치 담궈 놔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제 정말 당신이 좋아하는 것만 만들어 드릴 수 있는데 그리고 평생 당신을 위해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 행복할 것인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목자님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행복을 접어둬야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병원자리가 들어설 때였습니다.

1층에 살고 있다는 분이 병원을 확장하려는 우리의 의도를 알고 시가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부르니 집을 사라고 했었을 때 저와 동역자들은 참 분노했었습니다.

그런데 목자님은 그런 그들의 요구대로 비싼 값을 지불했었습니다. 왜 그렇게 손해를 보며 살아야 하는지, 참 억울하게 생각했었는데 목자님은 아무 말 없이 손해 보는 것을 감당했었습니다. 얼마 안 되서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땅값이 엄청나게 올라서 저는 하나님 때문에 본 손해는 진정한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목자님!

당신이 참 특별한 신체를 가지신 분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목이 왜 저렇게 튀어나왔을까? 왜 잠을 못 주무시는 것일까? 또 밥을 왜 안 드시나.... 그리고 왜 수시로 쓰러지시는지를 나중에 알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셨던 당신은 한 번도 다른 사람들처럼 뛰어다닐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 심장이 문제를 잘 일으켜 쓰러지신 것도 헤아릴 수 없었어요. 또 목에 튀어나온 혹은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는 병이었고, 그 병이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도 알았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이 두 가지 병이 합쳐져서 숨쉬기도 힘겨워하셨습니다. 세상에 모든 병을 다 몸에 가지셔서 우리가 종합병원이라고 한 적도 있었지요. 그 고통의 순간들을 홀로 다 감당하시면서 늘 우리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자 하셨습니다. 목자님이 해외 비전 트립을 필리핀으로 나가실 때만 해도 잠깐뿐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몸으로 절대로 열대지방에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에는 숨을 못 쉴 정도로 고통스러워 하셨는데 어떻게 열대지방 선교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전 트립 중에도 또 오셔서도 마리아 목자님의 심장은 자주 멈추었습니다. 겨우 살아나실 때마다 이젠 열대지방 선교는 포기하실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목자님은 더욱 열정적으로 선교에 불타올랐으며 어떤 건강한 사람보다 더욱 충성을 다해 사역을 하셨습니다.

비전 트립을 갔었을 때 그곳 날씨는 무척 더워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쯔끄띵에 갔었을 때 숨이 막혀 올 정도로 습한 공기와 냄새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목자님은 사랑하는 자들을 위해 사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단 한 영혼에게라도 더 쏟아 붓기 위해 참으로 치열한 삶을 사셨습니다.

내가 어찌 이 짧은 시간에 목자님을 다 회상할 수 있겠습니까? 내 남은 평생 살면서 두고두고 그리워하면서 당신의 온 삶으로 가르쳐주신 교훈대로 살아가겠습니다.

목자님이 살아생전에 말씀하셨지요, 내 살아서 내 사랑하는 동역자들이 먼저 죽는 것은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참 그것만은 이기적이십니다. 당신이 이렇게 먼저 떠나면 살아남은 우리는 어찌 하라구요? 소원대로 가장 먼저 가셨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절대로 무덤을 만들지 말라하셨지요. 빈 무덤가에 와서 사람들이 우는 것은 절대로 볼 수 없으시다구요. 사람은 죽음으로서 육체는 장막에 불과해서 아무 의미가 없으니 화장시켜 이름 모를 곳에 뿌리라 하시더니..... 목자님이 너무나 그리워서 울고 싶을 때 힘들고 지쳐서 위로받고 싶을 때 어떡하라고 당신 소원대로 먼 이국땅, 목자님께 있어서는 또 하나의 조국이지만, 이름 모를 바닷가에 한줌의 재로 날아가신단 말입니까? 내게는 당신의 그 한 줌의 재도 너무나 소중하건만..... 당신은 오직 내 가슴에 예수님만 남기고 떠나시는 것입니까?

사랑하는 나의 목자님!

당신을 나의 목자님으로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16년 동안이나 이 땅에서 나의 목자로 보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목자님을 통해 하나님을 알았고 목자님의 사랑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알았으며, 목자님의 사랑으로 내가 가야하는 목자의 삶을 보았습니다. 이제 내 가슴에 횃불 되어 타오르는 나의 목자님, 당신이 가르치신 그대로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횃불 되어 타오르겠습니다.

당신이 생명을 바쳐 사랑했던 이 땅에 모든 고통받는 이들을 가르치고 보여주신 그대로 사랑하고 섬기며 살다 가겠습니다. 90%가 아니라 100% 온전히 사랑한다고 하셨지요.

사랑하는 목자님!

컴맹인 제가 E-MAIL을 만들어서 목자님과 마음껏 편지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4월 2일에 보내신 당신의 체취가 그대로 담긴 편지가 아직 그대로 따뜻합니다. 답장도 못 썼는데, 이젠 수시로 편지하겠습니다. 하늘나라로 말입니다. 이제부터 저는 하늘을 보는 것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내 목자님이 저 하늘에 계시니 말입니다. 언제고 쳐다보면 당신을 늘 그랬듯이 나를 향해 따스한 사랑의 미소를 보여주시겠지요? 이제 천국에 가야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겨 좋습니다. 내 사랑하는 목자님을 만날 수 있으니 더욱, 그날을 고대하겠지요. 우리 주님 오시는 날, 천군 천사와 함께 오실 나의 목자님, 그날이 오기까지 내 주님과 목자님께 부끄럼 없는 삶을 살다 가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목자님 마리아여!!!

2001년 4월 8일에 목자님을 가슴에 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