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11. 16  말씀 묵상란에 올렸던 간증을 목사 간증란으로 옮깁니다.

제가 대학 1년때 극심한 방황속에서 맨 처음 만난 예수님에 대한 간증입니다.

다소 철학적(기독교 인간학적 관점)으로 쓰여진 간증이지만 관심 있는 분들은

읽으시고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실재성을 찾아서) 

서론

필자에게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은 대학 1학년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내 삶의 주제이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구체적인 질문이 들어 있다. 하나는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이며 또 하나는 '나의 존재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이다. 첫 번째 질문이 보다 근원적인 질문인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때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 나올 수 있고 나의 존재 의미도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필자는 물론 수많은 인식론적인 방황을 거쳐서 '신앙' 안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하나님의 은혜로 내 삶 가운데 생명의 역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기독교 신학적 인간학의 관점에서 즉, 인식에 의한 자연 과학적 진리 관이 아니라 만남과 고백에 의한 인격주의적 진리 관으로 '신앙' 안에서 찾은 '나의 실재성'을 정리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내 개인의 고백이 될 것이다.

필자는 먼저 기독교 신학적 인간학의 관점에서 '나'란 어떤 존재인가를 살펴 볼 것이다. 그리고 '나의 당신'이신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삶 속에 역사가 된 믿음의 세계를 살펴 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너'인 이웃과의 관계를 살펴 볼 것이다. 이런 기회를 주신 한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본론

1. 인식론적인 방황기

나의 극심한 방황은 대학 1년 1학기 중간고사 기간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반 학기 정도의 대학 생활을 해온 나에게 대학 생활에 대한 회의가 몰려왔다. 진리의 상아탑으로서 대학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왔지만 그 기대가 다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녀야 할 의미가 상실되었고 이 상실감은 삶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감으로 발전해 나갔다. '과연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되는가?' '나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들이 내 가슴을 사로잡았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없이는 나의 삶을 한 발자국도 진행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도로코 면도날 세 개를 사서 나의 머리를 삭발해버렸다. 그 어디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대학을 자퇴하고 산 속으로 들어가리라는 각오에서였다. 이러한 각오 속에서 나는 나의 존재 의미를 찾아 인식론적인 세계로 들어갔다. 프로이드의 '정신 분석 입문'을 시작으로 해서 고대 자연주의 철학에서 실존주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철학 속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그 곳에서 해답을 얻지 못했다. 이제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사회 속에서 이 해답을 찾고자 했다. 내 가족에게서, 친구와의 우정 속에서, 이성과의 사랑 속에서, 사회와 국가와 인류를 위한다는 대의 속에서 찾고자 했으나 그들 또한 나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의미는 될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나는 내 가슴속에 휑하니 뚫려있는 구멍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구멍은 정서적인 면에서 무언가로 채워져야 할 마음의 장소였다. 나는 그 마음의 구멍을 채워줄 대상을 찾아 또 다른 마음의 차원에서 즉, 정서적인 방황을 시작했다. 앞에서는 이성적인 작용에 의한 방황이라면 이제부터는 정서적인 작용에 의한 방황이 더해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대상으로부터도 그 구멍은 채워지지 않았다. 친구와 술로 잊으려 했으나 잊음은 잠시 잠깐이고 그 구멍은 시퍼렇게 살아있어 나를 괴롭혔다. 도대체 그 구멍은 무엇인가? 도대체 그 구멍은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단 말인가?

이러면서 나의 관심은 서서히 종교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내가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종교는 불교와 기독교였다. 불교에 관한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불교 철학은 내 질문에 대한 모든 해답을 명쾌하게 주는 듯 했다. 물론 기독교에 대해 알고자 대학 도서관에서 '기독교의 의의'라는 방대한 철학적 저술을 읽었지만 인식론적인 접근의 한계 때문에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나의 인식론적인 방황의 끝은 '무'라는 벼랑에 나를 몰아세웠다. 나는 그때 '허무'의 입구인 죽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하이데거의 말대로 '죽음을 향한 현 존재'로서 나를 보게 된 것이다. 나에게 느껴지는 그 '무'는 불교 철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다. 또한 하이데거와 노자의 '사유를 통해 인식할 수 없지만 존재하는 어떤 실체로서의 무'도 아니었다. 그 죽음은 두려움이었고 공포였다. 나란 존재를 인정 사정없이 허무의 심연으로 삼켜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또 다른 삼킬 자를 찾아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는 괴물의 입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한 나는 무로 돌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옹다옹 싸우며 죄악을 뿜어내는 세상에서 힘겹게 살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속세를 떠나 산 속에 들어가 지저분한 꼴 안보고 사는 것이(이것도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좀 나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 두 발을 굳게 딛고 살아야할 이유를 찾아 그토록 방황했는데 그 방황의 끝은 결론적으로 '무의미'였던 것이다. 성경적 표현을 하자면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식론적인 진리 탐구에서의 나의 결론이었다. 나는 내 이성을 가지고 나란 존재와 존재의미를 규정하고자 몸부림쳤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성의 한계에 나도 갇힌 것이다. 이성은 앎의 근거가 되고, 앎은 인식의 관계를 의미하며, 인식의 관계는 인간이 모든 존재를 사물(죽은 물건)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성에 바탕을 둔 인식은 살아있는 나를 생명 없는 사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즉, 허무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죽음에 이르는 존재요, 무의미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나의 삶의 의미는 없다.”라는 결론을 마음에 품고 캠퍼스 잔디에 앉아 있는 나에게 온 세상은 생기를 잃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2. 만남과 고백의 세계로(의미에로의 나의 실재성)

어느 날 나는 드디어 자퇴를 결심하고 마지막 수업을 받고자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나의 마음속에서 강한 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그토록 의미를 찾아 나서는 것은 그 의미를 채워줄 그 대상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지 않느냐는 외침이었다. 이것은 분명 이성적인 외침은 아니었다. 이성적인 결론은 무의미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성적인 결론에 반발하는 그 음성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성적인 부분보다 좀 더 깊은 곳에서 나온 나의 실존적 소리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이 외침은 나의 치열한 이성적 작업으로 내린 결론에 대해 재고하는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분명 그 외침도 이성적 합리성이 있었다. 인간에게 식욕이 있다는 것은 그 욕구를 채워줄 음식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요, 성적인 욕구가 있다는 것은 그 욕구를 채워줄 대상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요, 권력에로의 욕구가 있다는 것은 그 욕구를 채워줄 권력이라는 실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학적인 욕구 이론에 따르면 나에게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의미에로의 욕구가 있다는 것은 분명 그 욕구를 채워주는 대상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나의 존재 의미를 찾고자하는 노력 속에서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하면서 캠퍼스를 걷고 있던 나에게 한 분이 다가오셔서 성경공부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셨다. 그 제안에 내 귀가 번쩍 띄었다. 철학 책 속에서 기독교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던 나에게 성경을 직접 공부해보는 것은 매력적인 것이었다. 또한 성경을 공부해보는 것은 이성의 작용에 의한 인식론적인 차원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차원인 믿음으로 진리를 알아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때 성경공부를 결심한 내 심정은 믿음을 가져보지 않는 것 외에는 다 해보지 않았느냐는 것이었고 혹시 믿음에서 내 인생의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절박한 마음에서 나온 마지막 시도였다.

이렇게 해서 성경공부는 시작되었고 나는 한 선교단체에서 주관하는 여름 수양회에 초대받게 되었다. 그때 수양회 주제가 “생명의 빛 예수님”이었다. 수양회에 참석한 내 마음은 신기하게 활짝 열려 있었다(그 이전까지 내 마음은 온 세상을 향해 꽁꽁 닫혀 있었다). 마침내 첫 날 주제 강의를 듣는 중에 요한 복음 1장 4절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라는 말씀이 내 마음에 빛이 되어 비추어왔다. 마치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빛을 찾아 허우적거리던 나의 마음속으로 저 멀리서 희미한 빛줄기가 비추어오는 것 같았다. 그 빛은 점점 강렬해지면서 예수님이 나의 생명의 근원이 되시고 내 생명의 의미가 되심을 환하게 깨닫게 해주셨다. “우리가 다 그의 충만한데서 받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요한 1:16).” 온 세상이 새로워 보였다. 그 곳에 참석한 형제 자매들뿐만 아니라 수양회 장소로 놀러온 전혀 나와 인격적 관계가 없었던 그 마을 사람들, 남녀노소까지도 지극히 사랑스런 내 이웃이었다. 1977년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나의 생에 일어난 감격적인 사건이었다.

 기독교 신학적 인간학의 관점에서 보면 '나의 당신'이신 하나님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신' 사건인 것이다. 헬라 철학적인 표현을 빌리면 '말 거는 존재'인 하나님이 나의 생명을 있게 하신 로고스(logos)로서 당신을 나에게 계시해주신 것이다. 이로써 1977년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섬진강가 압록이라는 작은 마을 학교에서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볼트만이 말하는 '역사에 참여하는 실존'이 된 것이다. 이 계시를 통해 나는 '나의 당신'이신 하나님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그 분을 나의 생명의 의미로 고백했다.

그러면 이 만남과 고백이 존재의미를 찾아가는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가 내 속에서 죽은 것이다. 결국 '무의미'라는 결론에 이르게 하는 인식론의 한계 앞에서 인식의 주관자인 이성의 내가 죽은 것이다. 자연과의 관계에서는 이성을 앞세운 인식론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근원적인 인생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인식론의 한계가 너무도 분명한 것이다. 그 이유는 근원적인 인생문제는 고백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창조주와의 만남을 통해서만이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유한한 '나의 실제성'의 의식을 가지고 믿음을 통해 만남과 고백으로 인식할 수 있는 세계로 나아간 것이다. 그 세계가 바로 영의 세계인 것이다. 하이데거나 노자가 말했던 '무'의 세계가 바로 영의 세계인 것이다. 피안의 세계는 인격과의 만남이 아니면 오직 '무'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인격으로 만나는 그것은 '무'가 아니라 '영의 세계'인 것이다.

3. 죄인으로서 나의 실재성

내가 처음 만난 하나님은 의미의 하나님이셨다. 내가 이 땅에서 두 발을 굳게 딛고 살아야할 이유를 분명히 선포해주신 하나님이셨다. 즉, 창조주 하나님과의 만남이었다. 이 만남은 나의 삶에 생기를 주었다. 한 3년간을 사명감에 충만하여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신앙에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죄인으로서의 자기 발견과  죄 사함의 은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죄 사함의 은혜를 누리는데 나에게는 그런 은혜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죄인인 것을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기도 제목을 가지고 기도했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어느 날 새벽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그 기도에 응답하셨다. 나는 한 환상을 보게 되었는데 보리 이삭과 같이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는 교만한 나의 모습이었다. 그런 나를 향해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죄하고 침을 뱉고 돌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들 속에서 나는 심히 두려워하며 산천초목 앞에서까지 심히 부끄러워하며 어쩔 줄 모르고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순간 장면이 바뀌면서 그런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의 자리에 주님이 계신 것이었다. 주님이 나의 자리에 서시어서 내가 받고 있던 그 부끄러움을 다 당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나는 3일 밤낮을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지내게 되었다. 나는 정말 죄인이었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죄인 중의 괴수였다. 의인 심정에 사로잡혀 수많은 사람들을 정죄함으로 주님의 심장에 수많은 정죄의 화살을 쏘아대었던 죄인이었던 것이다. 가히 죄의 세계라 할만큼 크고 깊은 나의 죄악 된 삶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이때야 비로소 주님의 십자가의 길에서 주님을 나의 구속주로 만났던 것이다.

그러면 기독교 신학적 인간학의 관점에서 나에게 이 사건의 의미는 무엇일까? 원죄 문제는 하나님과의 관계성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아야한다. 인간은 본래 하나님을 '당신'으로 부를 수 있는 관계,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응답할 수 있는 존재로 창조되었다. 그런데 아담의 범죄로 이 관계성이 끊어져버린 것이다. 바울은 이러한 관계성이 상실된 상태를 '육체'라고 한다. 그러므로 원죄란 '내가 행한 행위'가 아니고 '하나님과의 영적인 관계성이 끊어진 상태'인 것이다. 이 상태에서 나의 정신이 능동적으로 나의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서 죄의 행위를 범한다. 죄란 분명 행위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행위는 엄밀하게 말한다면 죄의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다. 죄의 상태인 인간인 이상 인간은 죄를 반드시 짓게 마련이다. 그의 존재 방식 자체가 '죄인'의 존재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죄인의 존재방식이란 창조주와의 영적 관계가 단절된 관계, 즉 '죽음 앞에 선 실존'을 말한다. 이 말은 그가 장차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임을 의미하지 만은 않는다. 즉, 인간이란 창조주 앞에서 이미 죽었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이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런 인간을 '사망의 그늘에 앉은 자' 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죽음의 뿌리가 원죄임을 알 수 있고 그 원죄는 나의 실재성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상실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관계성 단절 상태가 온 것일까? 아담의 불순종은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우는 행위이다. 그에게는 더 이상 하나님이 주인이 아니라 아담 자신이 스스로 주인인 것이다. 그래서 불손종이란 하나님이 '말'로 일어나는 것(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도전이며 스스로 하나님과 같이 높아지려는 행위로서 교만인 것이다. 이 교만이 바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관계성 단절을 가져온 불순종의 원인인 것이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 아니 하나님을 만난 후에도 나의 신앙이 성숙해지기전의 상당한 기간 동안 나의 삶은 불순종으로 점철되어왔다. 그 불순종은 나를 내 인생의 주인으로 주장하고 세우려는 교만에서 나왔다. 그래서 하나님 없이 살아온 나의 삶은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인 삶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타락한 '사람'의 개념인 인간으로서 삶이었다. 인간의 개념은 자연과의 관계에서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 안에서 생존하고 번식하고 이성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세계(문화적 공간)를 만들며 자신을 주인으로 세우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나는 바로 이런 '인간' 개념의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죄인의 존재방식으로 살아온 내가 또한 하나님 앞에서 수많은 죄의 행위를 양산해내지 않았겠는가? 일례로 얼마나 많은 세월동안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정죄하고 판단하는 죄를 범해 왔겠는가?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 말하기도 부끄럽고 추한 죄악을 행해 왔겠는가?

그래서 어느 날 새벽 기도 중에 체험한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는 내가 하나님의 은혜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리 이삭처럼 목을 뻣뻣이 하고 하나님 앞에 나를 자랑하고 내세웠던 나의 죄악을 깨닫고 용서받은 사건이었던 것이다.

4. 나의 실재성에 대한 정리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나는 본래 하나님이 당신의 영광을 계시하는 장소로 지음 받았다. 즉 하나님은 '나와 너'의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나의 당신'으로 계시하시므로 나를 '나'되게 하시는 분이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그 분 없이는 '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담의 불순종을 본받아 '상대'이신 하나님 앞에 자신을 스스로 세우는 존재가 되었다. 이것이 나의 죄이다. 이로 나의 실재성은 상실되었는데 나의 실재성은 '나의 당신'이신 하나님이 세워지는 영적인 장소라는데 있기 때문이다. 나의 실재성의 상실은 바로 하나님의 실재성의 상실이요 더 나아가 나 자신의 존재의미 상실을 가져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의미 상실이 극심한 정신적 방황을 가져왔던 것이다. 그러한 나를 창조주 하나님이 요한 복음 1장4절 말씀으로 찾아오셨다. 그리고 구속주 하나님이 새벽기도 중에 찾아오셨다. 이로써 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은 역사가 일어나는 곳이다. 그 역사는 '나'로 실재하는 야훼 하나님이 '지금 여기서' 나의 자아와 만나는 것을 뜻한다. 하나님과의 만남은 나의 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죄로 죽었던 데서 벗어나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순간마다 그분의 은혜로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더 나아가 나는 그 분의 영광과 뜻을 위해 다시 부름 받은 존재가 되었다. 하나님은 나의 주인이시다. 이것이 하나님 앞에서 나 이고 나의 실재성이다. 나의 존재의미는 하나님이 나의 주인이 되셔서 당신을 온전히 계시해주실 때 충만해지는 것이다. '참 사람' 예수님의 삶이 그러했다. 예수님에게는 스스로를 하나님 앞에 세우심이 없었다. 그 분의 삶 속에서는 하나님의 뜻만이 이루어졌다. 이것이 성령 충만 일 것이다. 성령 충만은 겟세마네 기도에서 온다. 겟세마네 기도는 자기 부인의 기도요, 자기 십자가를 지는 기도이다. 자기 뜻을 부인하고 하나님의 뜻을 자기 것으로 삼는 기도인 것이다. 이상이 '나의 당신'이신 하나님 앞에서의 나의 실재성이다.

또 다른 나의 실재성이 있다. 나의 이웃이다. 바로 '나의 너'이다. 나의 이웃이란 나로서 실재하는 이웃인 것이다. 그 이웃 또한 나의 주인으로 발견할 뿐이지 나의 손님(객관)으로 경험될 수 없다. 다만 나의 '절대적 상대'이신 하나님과 달리 '상대적인 상대'로 실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섬김의 정신이 나온다. 이웃이 나의 주인이기 때문인 것이다. 아내와 아들딸과 나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 모든 존재가 나의 이웃이다. 이웃이 나의 주인으로 발견되는 세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분명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실재성은 하나님과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된다. 나는 이 관계 속에서 그리스도의 분량에까지 무한히 자라 가는 존재인 것이다.

결론

필자는 나름대로 기독교 신학적 인간학의 관점에서 나는 누구인가? 즉 나의 실재성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했다. 인격주의자들의 사상인 '나와 너'의 개념은 인식론적인 한계에 갇혀 이해할 수 없었던 나의 실재성에 대한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다른 피조물과의 관계를 명확히 해주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믿음의 영역 안에서 신학적인 개념 정립이 되어야 할 부분에서 그런 기회가 되었다. 예를 들면, 삼위일체의 개념과 믿음의 개념과 인간 존재 구조의 개념과 죄의 개념과 죽음의 개념과 겸손과 섬김의 개념과 순종과 사랑의 개념 등이다. 끝으로 한 찬양가사의 고백으로 마치고자 합니다.

주 예수 나의 당신이여!

“나는 없어도 당신이 곁에 계시면

 나는 언제나 있습니다.

 나는 있어도 당신이 곁에 없으면

 나는 언제나 없습니다.

 당신이 있음으로 나도 있고

 당신의 노래가 머묾으로

 나는 부를 수 있어요.

 주여 꽃처럼 향기 나는 나의 생활이 아니어도

 나는 당신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주 예수 나의 당신이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