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앞두고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행20:24

지금 제 눈은 가을을 봅니다.

어느새 익어버린 가을 들녘과 서늘한 바람 속에, 그렇게 저는 지금 서 있습니다.

그리고 걸어가야 할 길목에 서서, 한참을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가을을 떠나보내고 겨울을 준비해야 하지만, 무엇이 그리 미련이 남는지 벗어버리지 못하고, 떨구지 못한채. 그렇게 망설이고 있습니다.

그런 제게 손성현 목사님을 통한 부흥집회는, 하나님 앞에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귀한 시간들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나로 하여금 달려 가야할 길이 남아 있음을 알게 하여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한 자로 하여금 다시 일어날 힘을 주시는 주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전히 어린 아이와 같은 자라고 여겼습니다. 물론 하나님 앞에 나는 어린 아이와 같이 연약하고 넘어지기 쉬운 존재입니다.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입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나를 부르시고 이 교회 가운데 택하신 은혜가 21년이 되어가는 지금. 이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나고도 남을 시기임을 또한 보게 됩니다. 일어나 두 발에 힘을 주고 뛰어 가야할 나이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내 삶은 ‘나 같은 자가 어떻게...?’ 라는 의문 부호를 안고 살아 왔습니다. 여전히 나는 입이 어눌한 자고, 낯가림 속에 제 자신을 숨기는 존재가 바로 나라고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한 놈이, 당신께서 주신 은혜로 어찌 어찌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고 여기기만 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나는 원래 이러한 놈이었으니’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나를 포기치 않으시고 내 삶을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켜 가셨습니다. 그리고 내 가슴에 그리스도라는 이름을 새겨 주셨습니다. 그 새겨진 이름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내 삶에 봄은 다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처 떨치지 못한 다른 한편의 내 마음은, 내 삶에 꽃을 피우길 원했습니다.

움츠리고 겨우내 꽁꽁 얼었던 가슴을 녹이듯, 그렇게 내 삶에도 꽃을 피우는 봄이 되길 소망하였습니다. 그 꽃을 피워 내가 얼마나 화사하게 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고, 자랑도 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내 변하지 않는 기질의 연약함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자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저는 봄 속에 꽃을 피우기 원했습니다.

내 이름의 꽃을 피우길 원했습니다. 적어도 내게 주신, 내 삶의 영역에서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부흥성회를 하는 동안. 제 마음 가운데 다가온 것은, 지금은 봄이 아니라 가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금은 내 삶에 내가 가장 원하는 꽃을 피울때가 아니라, 그 화사한 꽃잎을 떨어뜨려야 할 때임을 보게 하셨습니다.

아픔이 있을지라도 그 꽃잎을 떨어뜨리지 않는한 가을은 올 수 없고, 화려함은 있을지라도 열매는 맺을 수 없음을 알게 하셨습니다.

그런 내게 사도 바울의 권면의 음성을 듣습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아멘!

언제부턴가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나를 두렵게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내 어린 날 죽을것 같은 육신의 고통 속에서도 아니었고, 자동차를 폐차할 정도의 사고 속에서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느 날 꿈속에서 그러하였습니다.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분명 꿈이었지만 제겐 너무 생생하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 후론 ‘순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가볍지 않은 무거운 이름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속에서 나도 언젠가는 죽게 되는데,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나는 어떻게 죽어져야 하는가?

두려웠습니다.

현실의 내 삶에서 말씀 앞에 내 자아를 죽이는 것조차 내겐 너무 버겨운 문젠데. 복음 앞에 내 자신을 죽기까지 던진다는 것은, 내겐 너무나 소원한 일이었습니다. 순종으로 죽이고 죽이고자 할수록, 더욱 더 살고자 몸부림치는 내 모습을 보게 될 때면, 과연 내가 이 길을 걸을 수 있나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그럼 그렇지,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라는 마음이 나를 삼켜 버렸고, 나는 그렇게 다시 현실의 모습에 순응하기 위해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로 인해 내게 열린, 봄같은 은혜 속에 거하며. 조그만 뜰 안에 꽃을 피우고자 하였습니다. 고난이나 죽음보다, 향기 있는 꽃으로 피어나길 소망했습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고 최선이라 여겼습니다.

그런 제게. 사도 바울은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겠다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 그가 죽음이 가져다 주는 공포를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주의 길을 달려 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습니다. 그는 깊은 공포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의 삶이 매순간 이런 죽음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에 있었습니다. 그의 고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고후 11:23b - 27절에 보면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고 일 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

바울 그는 그 누구보다도 죽음의 자리에 가까이 있었고, 또한 수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가운데서도 절망하지 않고, 눈을 들어 자신이 가야할 길을 바라보았고, 그의 부르심을 향해 달려 나갔습니다. 사도행전 20:24절 말씀도 예루살렘에 그가 도착할 때,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잘 알았습니다. 영광과는 거리가 먼 고난과 핍박임을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 길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꽃 피워야 할 곳이 어디인지, 그가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 가장 잘 알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달려갈 길과 그가 그곳에서 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 확신 가운데 거하였던 것입니다.

제겐 힘이 없습니다. 두려움에 맞설 용기도 없습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연약합니다. 그러나 나 역시 사도 바울과 같은 택하심과 부르심 안에서 주님이 이끄셨다 믿습니다. 비록 달려가야 할 목표점은 다르고 맺어야 할 열매는 다를지라도, 궁극적인 목적지는 동일하며 내 삶을 통해 드려야 할 열매의 기쁨 역시 동일하다 믿습니다.

주님 제가 당신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내 손을 붙드시고 걸으시는 당신을 신뢰합니다. 그 안에 나는 연약할지라도 강할 것이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 못한다 할지라도 열매를 맺게 될 줄 믿습니다.

그 길을 다시 걷게 힘을 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깊어가는 가을에 이를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주님. 제가 다시 주님을 바라봅니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던 당신의 사랑과 믿음을 봅니다. 그 안에서 제 모습이 더욱 더 낮아지고 겸손해 지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내 삶의 꽃잎들을 하나 하나 떨쳐내길 소망합니다. 아픔이 있고 눈물이 있겠지만 더 큰 열매를 기대하기에 멈추지 않길 소망합니다.

그렇게 내 삶이 주께 드려지길 다시 한번 소망합니다.

창을 통해 느껴지는 볕이 따뜻합니다. 지금은 가을이고, 풍요롭고 평화롭습니다.

그러나 이제 며칠이 지나면 겨울이 올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가을을 지나 곧 다가오는 겨울. 내 마음이 차가워지기 전에, 내 안의 열정이 식기전에. 당신을 향한 내 삶의 열매를 안고, 이제 곧 다시 오시마 말씀하시는 당신을 기약합니다.

‘마라나타 주 예수여 곧 오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