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주년 창립감사 말씀묵상 서울 김태홍

 

내가 또 주의 목소리를 들으니 주께서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하시니 그 때에 내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하였더니(이사야 6:8)

 

어린 시절 저는 교회는 앉아있다 오는 곳, 하나님은 무서운 분, 목사님은 졸리게 하는 분, 전도사님은 친절한 아저씨라고 생각하며 교회를 출석하였습니다. 그때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절대적인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믿음은 지금까지도 저를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제가 우리 교회에 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할 때 저는 조금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모든 현실이 지금보다 낫다고 하더라도 지금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들이 없다면 저는 무척 각박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쁨 없고 소망 없는 삶은 먼 이국땅의 불합리한 제도 아래서 핍박받는 인민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닙니다. 바로 제가 그러한 삶을 살았고 제 주위에도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당신의 특별한 뜻으로 저를 이곳으로 불러주시고, 또 그 가운데서 당신의 섭리를 나타내신 하나님께 전적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보물 중의 하나는 하나님을 아는 기쁨입니다. 저는 하나님을 믿는 것은 예비 된 기쁨을 위하여 끊임없이 투쟁하는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교제를 시작하면서 저는 살아있는 신앙을 체험했고 하나님께 다가가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또 하나의 보물은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삶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경험들로 인해 소외의식과 피해의식에 갇혀 있던 저에게 공평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제 병들었던 내면을 치료하였습니다.

또 다른 보물은 비전입니다. 창립 예배를 드리면서 예전의 교회 모습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바로 제가 처음 우리 교회를 만났던 그때, 맹학교 학습봉사를 위해 관악구 봉천동에서 종로구 신교동까지 덥거나 춥거나 한결같이 심방을 오던 동역자분들의 얼굴이 스쳐갔습니다. 어떤 분은 학습봉사를 위해, 또 어떤 분은 단지 아이들과 대화하기 하기 위해, 어떤 분은 찬양 반주를 위해 매주 토요일 같은 걸음을 하셨고, 어떤 분은 주일 예배를 위해 토요일 자신의 집을 기꺼이 숙소로 내주셨고, 매주 토요일 양들을 먹이기 위한 음식들이 교회에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직접적으로 그때 그분들의 삶과 제 현실을 비교해 봤습니다. 전임사역자, 대학생의 삶보다 모자랄 것이 없는 제 현실을 보며 저는 한편으로 부끄럽고 또 한편으로는 그 삶이 부러웠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풍족해 보이는 그 삶이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저에게는 비전이 있습니다. 그 또한 마음이 풍족하지 않으면 도전하기 힘든 세계입니다. 감히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많은 목자님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저는 하나님으로 채워진 삶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오직 하나님 한 분 때문에, 그분께 받은 사랑 하나만으로, 그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귀한 한 영혼을 찾아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줄 아는 그러한 마음의 풍요로움을 소망하게 됩니다.

우리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 그 부르심을 따라 이 교회의 많은 믿음의 선배님들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저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온 맘으로 영접하고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로 나아가기를 소원합니다. 자신의 필요로 인해, 자신의 만족을 위해 나아가는 길이 아닌, 하나님의 부르심에 헌신하며 하나님과 같은 꿈을 꾸며 나아가는 복된 길을 가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감사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