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하고 ” 사도행전 16:31“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한복음 3:16 

  저는 무척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엄마를 따라서 갔고 그 뒤에는 빵을 준다는 말에 교회를 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신앙생활은 저의 삶 전반에 이어져 왔습니다. 학교와 집, 교회를 반복하며 다닌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대학생이 되어 CLF에서 성경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다시 만났고, 내 지난한 삶의 경험을 통해 하나님께서 나를 지키시고 인도하시는 아버지이심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말처럼, 이 하나님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는 저는 전도가 참 많이 어려웠습니다. 아니, 지금도 전도는 저에게 큰 도전이자 큰 어려움입니다. 성경공부를 통해 양을 치고, 노방 전도를 나가고 예수를 전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남지 않거나 복음을 거부하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전도 대상자가 화를 내거나 비난할 때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저를 위축되게 하고 상처로 남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부모님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용기를 내어 하나님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맞닥뜨렸던 비난과 비판의 말들은 마치 비수와 같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것은 대학생 때 하나님이 좋아서 열심을 내었던 저의 모습들이 내 부모님이 하나님을 믿지 않고 멀리하게 만드는 원인이었으며, 안정적이거나 혹은 고소득인 직업을 갖지 못한 나의 현실은 내가 전하는 하나님을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나의 무능력이 하나님의 역사를 가리고 복음 전파를 막는다는 사실 앞에서 절망하였고, 왜 나에게는 능력도, 재물도, 좋은 직업도, 건강도 넉넉히 주시지 않는지 하나님께 무수히 원망의 말을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우리 부모님을 구원해 달라고, 구원의 책임을 전가하는 기도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저에게 하나님께서는 저의 아버지를 구원하시는 과정을 통해 사람의 구원은 사람의 노력과 말에 달려있지 않음을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약 6년 전 신장암 3기 진단을 받아 한쪽 신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셨습니다. 당시 림프절쪽에 전이가 발견되었지만, 아버지의 신장암은 당시 치료제가 없는 악성 암의 종류였고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가 무의미했기에 지속적으로 검사하며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6년 동안 아버지는 강한 생존의지를 가지고 계시면서 일상을 회복하고 누리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스스로 본인은 암 환자가 아니라며 너무 자신하시는 바람에 정말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암은 조금씩 자라고 있었고 주변 장기에 계속 전이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 즈음에 급작스러운 호흡곤란이 찾아와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복부의 암이 지속적으로 혈전을 생성해 폐정맥 대부분이 막혀 있고, 폐에도 암이 생기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조금씩 기력을 잃어 가셨으며, 올해 초에는 혼자 걷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되시면서 급격하게 쇠약해지셨습니다. 아버지가 점차 식사도 못하시고 극심한 고통에 마약성 진통제를 드시면서 말라가는 것을 보며 저는 아버지를 전도해서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나님, 저의 아버지 좀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하였습니다. 머리에는 이미 아버지께 이렇게 전도해야지 하는 계획이 가득 있었습니다. 그렇게만 하면 아버지가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생각과 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버지께 입을 열어 전도하지 못했습니다. 제 안에 어느덧 상처로 자리잡은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들이 목구멍에 가득 차서 그 어떤 믿음의 말도 아버지 앞에 내어놓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버지 말만 꺼내면 눈물이 그렇게 나왔습니다. 그저 울며 기도하는 것 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런 제 답답한 모습을 보시고 하나님은 제 기도대로 다른 사람을 통해 역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바로 목사님과 사모님을 사용하신 것입니다. 두 분의 마음에 저희 아버지를 향한 급박함을 주셔서 먼저 심방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지나가는 말처럼 “아버지, 우리 목사님이 장모님이 앓아 누우셨는데 안수기도하셔서 일어나셨대요...... 혹시 목사님이 안수기도 해 주시면 아버지도 나으실지 모르니까 오시라고 할까요? 만나보실래요?”라고 조심스레 제안을 해 보았습니다. 당시 저는 아버지의 대답을 못들었는데, 저희 엄마가 아버지가 “그래”라고 대답하셨다고 나중에 말씀해 주셨습니다. 

 겨우겨우 이루어진 심방예배 날, 저희 아버지는 혼자 앉기도 힘드신 마른 몸과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심방을 와주신 목사님과 권사님, 사모님들 앞에서 고집스럽게 눈을 감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예배 후 이어진 목사님의 구원 초청 기도 제안을 거절하셨습니다. 저는 사람이 죽음 앞에서도 이렇게 완악해 질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과 원망의 마음이 밀려들며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순간, 목사님께서 내게 아버지의 손을 잡으라고 하셨고 아버지의 손을 잡자 아버지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다시 이어진 목사님의 구원초청 기도에 응하신 것입니다. 내가 죄인임을 고백하고,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다는 그 기도를 따라하시는 아버지의 음성이 반가우면서도 얼마나 놀라웠는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아버지의 구원의 역사를 일방적으로 이끌어 가셨습니다. 

  그날 이후에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셨습니다. 그건 마치 생명책처럼 보였는데, 거기에 저희 아버지의 이름이 절반 정도 적어져 있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제 마음은 급해졌습니다. 아버지의 구원이 확정되지 못했다는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불안한 마음이 앞서서일까요? 몇 일 후 병원 진료를 거부하시는 아버지에게 폭발하듯 화를 내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하나님께 알아서 하시라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아버지를 자주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내 몸이 힘들고 고되다는 핑계로 찾아가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급작스러운 친할머니의 부고는 새삼 죽음에 대해서 저를 일깨워 주었으며 마치 이 할머니의 장례절차가 저희 아버지의 장례를 예비하는 순서인 것 처럼 생각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친할머니의 장례를 통해 그간 오해와 미움으로 끊어졌던 친척들과의 관계를 회복시키셨습니다. 이해와 공감의 말들이 오가고, 연락과 왕래가 시작되고 무엇보다 모두가 하나님을 믿는 자녀들임을 알게 하셨습니다. 

  이런 회복의 시간들 속에서 점차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아버지가 소천하시기 전날, 남동생에게 아버지가 컨디션이 너무 나빠지셔서 호스피스로 옮겨야 될 것 같으니 의논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무엇을 직감한 듯, 눈물이 앞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급히 저녁을 준비해놓고 아버지 집에 가면서 권사님께 호스피스 병동에 관해 조언을 구했습니다. 도착해보니 아버지는 이미 기력이 많이 없으신 상태였고 권사님의 조언에 따라 응급실을 가기 위해 119를 불렀습니다. 응급 대원들은 아버지의 혈압이 너무 낮고 열과 설사가 나서 이송이 안될 수도 있다고 하셨고, 실제로 병원들이 이송을 거부하는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조치를 해 주셨습니다. 결국 긴급 수혈과 승압제 투여 등으로 화순 전대병원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아버지는 의식이 또렷하고 의사표현이 자유로우셔서 고통을 호소하고 약을 요청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각종 검사를 한 이후 담당의사가 저에게 와서 호통치듯 왜 이 상태가 될 때까지 미리 호스피스 안오시고 어디 계셨다고 물으셨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최선의 의료적 처치는 다 했음에도 아버지의 현재 상태는 아침에 전원할 때 까지 버티기 어려우실 것 같으니 가족들을 부르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난 이후 저는 남동생에게 아버지 옆에 있으라고 하고 대기실로 나왔습니다. 아버지에게 말씀을 읽어드려야 한다는 생각, 멀리 있는 언니를 불러야 한다는 생각, 진짜 아버지가 소천하시면 어쩌지? 이런 여러 생각에 복합적으로 빠져 있다가 이 상황을 사모님께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카톡으로 아버지 구원을 위한 중보요청을 드렸고 사모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목사님이 아버지와 통화를 해서라도 다시 구원초청 기도를 하시겠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남동생에게 목사님의 전화를 받으라고 알려준 뒤 저는 복도에서 하염없이 돌면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 살려주세요, 구원해 주세요, 왜 우리 아버지는 치료 안 해주세요? 이런 기도를 쉴 새 없이 하고 있는데 문득 이전에 하나님이 제 마음에 보이셨던 그 생명책을 다시 떠올리게 하셨습니다. 이전에는 그 생명책에 아버지 이름이 절반 정도만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 순간에는 아버지 이름 석 자가 다 적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름 끝에 마침표까지 찍어져 있음을 보이셨습니다. 그때 저는 저희 아버지가 완전히 구원받으셨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동생과 엄마가 저를 다급히 불렀습니다. 아버지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입니다. 급하게 들어간 응급실 안 격리실에서 아버지는 숨을 몰아쉬면서 말을 할 기력도 없이 누워 계셨습니다. 아버지 머리맡에 찬송가를 켜 놓고, 저는 이제 곧 가실 하늘나라에 대해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떨리는 손으로 성경을 열고 급히 말씀을 찾았습니다. 

 “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보좌에 앉으신 이가 이르시되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하시고 또 이르시되 이 말은 신실하고 참되니 기록하라 하시고 또 내게 말씀하시되 이루었도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라 내가 생명수 샘물을 목마른 자에게 값없이 주리니 이기는 자는 이것들을 상속으로 맏으리라 나는 그의 하나님이 되고 그는 내 아들이 되리라. ” 

요한계시록 20 : 13

 이 말씀을 읽어드리면서 아버지가 가실 곳은 더 이상 진통제가 필요 없고 죽음이 없고 아픈 것이 없고 울 일이 없는 곳이라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엄마도 옆에서 목사님께서 이전에 말씀 하신 대로 천사들을 따라서 가시면 예수님이 계실거라고 이제 거기 가시면 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예수님 믿지요? 라는 저의 물음에 아버지가 산소호흡기 너머로 아멘 하는 입모양을 하셨습니다. 가족들이 사랑한다, 수고하셨다, 감사하다, 잘 쉬시라는 작별인사를 연이어 하는 동안 아버지의 호흡은 점차 느려지고 신체 반응이 줄어들고 발과 손 끝부터 점점 체온이 식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긴 호흡과 함께 더 이상 산소호흡기에 김이 서리지 않은 것을 보고 아, 아버지께서 천국으로 가셨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의사의 공식적인 사망 선고 이후, 아버지의 육신을 장례식장으로 보내고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장례 절차 동안에도 하나님은 끊임없이 역사하셨습니다. 먼저는 우리교회에서 모든 성도분들이 오셔서 함께 예배할 수 있는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특히 목사님께서 제가 아버지께 마지막으로 읽어드린 요한계시록 21장 1~7절 말씀으로 메시지를 선포해 주셨고 저는 이를 통해 한 성령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 언니와 남동생이 출석하는/했던 교회에서도 오셔서 예배를 드려주셨는데, 이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믿지 않는 저희 형부의 마음에 역사 하셨습니다. 형부는 처음에 아버지 위패에 ‘성도’라는 단어가 적어져 있자, 아버지가 자발적으로 믿으신건지 혹시 우리가 강권해서 적어놓은 건지 의심하는 눈치였습니다. 형부는 이전에도 언니가 교회에 가는 것을 불편해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입관식을 통해 형부의 마음을 만지셨습니다. 저는 입관식 때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육신을 보고 만지면서 문득 이 육신은 더 이상 나의 아버지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나의 아버지는 어디 계시지? 하는 질문과 동시에 아! 아버지는 이제 저 위 하늘나라에 계시는구나! 라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고 그와 동시에 넘쳐흐르던 눈물이 가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기도로 입관식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길에 형부가 나에게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처제 기도는 어떻게 그렇게 부드럽고 위안이 되지? 처제 기도를 들으면 나도 믿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할렐루야! 작은 자의 기도를 통해서도 구원의 역사를 시작하시는 하나님, 저는 저희 아버지가 소천하시는 이 과정을 통해 새로이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군가의 눈물의 기도로 이 자리에 선 구원의 열매들이며, 나 한 사람이 믿기 시작할 때 나와 내 집이 구원을 받는 원대한 역사가 시작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 과정은 힘겹고 지루하고 막막하고 아파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하나님은 마침내 하나님의 때에 그 구원을 이루실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의 노력은 하나님의 열심을 거들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믿음은 들음에서 나기에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는 자로 나를 삼으셨음을 봅니다. 무엇보다 소망이 되는 것은 우리를 위해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의 그 사랑이, 구원하기로 작정하신 모든 자들에게 영생을 선물로 주시기까지 쉬지 않으실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구원의 기회를 주시는 그 은혜를 찬양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