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제 2강 메시지

모세를 부르신 하나님

말씀 출애굽기 2:11-3:22

요절 출애굽기 3:8

< 서 론 >

한 인간이 하나님의 쓰실만한 종으로 빚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세월은 과연 얼마나 될까 가끔 생각해 봅니다. 그가 설령 하나님의 일방적인 계획 가운데 특별히 택함을 받은 자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쓰실만한 종으로 빚어져 하나님께서 쓰실 때까지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오늘 본문을 통해 살펴 볼 말씀이 바로 하나님께서 택하신 한 인간이 하나님께 쓰임 받기까지 소요되는 세월과 그 과정을 그림처럼 선명하게 그려 놓은 말씀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속에 태어난 아이 모세가 하나님의 일방적인 뜻과 섭리 가운데 애굽의 왕자로 성장하게 된 과정을 우리는 지난 1강 말씀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말씀은 그렇게 성장한 그가 하나님께 부름을 받기까지 겪었던 삶의 과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우리 모두 오늘 말씀 속에서도 한 인간의 전반적인 삶 속 깊은 곳에 너무도 섬세하게 개입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을 계기로 짧지 않은 지난 우리의 삶 속에 역사 하셨던 하나님의 섬세하신 발자취를 상고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발길이 지금 내 인생 속에 어디를 향해 가고 계시는지, 또 그분은 내 인생을 어디로 인도해 가고 계시는지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우리가 하나님의 종으로 온전히 쓰임 받기까지 반드시 필요한 훈련의 시간들을 기억하고 그 시간들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제 1부> 미디안 광야 훈련(2:11-25)

하나님의 원대하신 섭리 속에 모세는 바로 궁에 보호되어 애굽의 왕자로 당당하게 성장하였습니다. 그의 성장 과정이 성경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는 애국의 왕자가 누릴 수 있는 모든 특권을 다 누리며 성장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성경은 그의 나이 40세에 그가 자기 형제 이스라엘 자손을 돌아볼 생각이 났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행 7:23)

모세가 언제, 어떻게 히브리인으로서 자기 존재와 신분을 발견을 하게 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의 나이 40세에 자기 동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내면의 강렬한 소리를 들었던 것입니다. 그런 일련의 배경이 오늘 본문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는 자기 동족 이스라엘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구체적으로 보고자 동족이 거하는 곳을 향해 갔습니다. 그런데, 자기 동족의 노예 백성으로 당하는 고역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심했습니다. 물론, 그 이전인들 나이 40세가 되도록 이스라엘 백성의 노예 생활을 안 봤을 리가 없습니다.

다만 그 동안은 그저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노예 백성들의 삶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가 그들을 마음으로부터 자기 형제로 영접하고 그들에게로 나아간 상태입니다. 그랬기에 이스라엘의 고역으로 인한 아픔과 고통의 소리는 그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듯 했을 것입니다. ‘내 형제들은 노예로 전락하여 저렇듯 비참한 생활을 하는데 나는 이제껏 바로 궁에서 부귀 영화를 누리며 살았구나’ 싶으니 그가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자기 형제들 사이를 지나가는데 어떤 애굽 사람이 히브리인을 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동족을 향한 애절한 사랑으로 불타올랐던 모세가 그 광경을 어찌 그냥 보아 넘길 수 있었겠습니까? 그는 좌우를 살펴보고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후, 그 애굽 사람을 쳐서 모래에 감추었습니다.

이로써 그는 자신이 한 사람의 히브리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결심했을 것입니다. ‘더 이상 내 동족을 외면한 채 나만 호의호식할 수 없노라’는 굳은 결단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제 자신도 히브리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분명한 각오를 했을 것입니다. 이런 모세의 결단을 히브리 저자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믿음으로 모세는 장성하여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을 거절하고 ~~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능욕을 애굽의 모든 보화보다 더 큰 재물로 여겼으니 이는 상 주심을 바라봄이라 (히 11:24-26)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히브리인으로 살고자 했던 그 결단을 믿음으로 행한 결단이라 하시며 아주 귀하게 여기셨습니다. ‘바로 공주의 아들’, 이 한 마디 속에는 그가 그 동안 누려왔던 인생의 모든 특권과 보장된 미래가 담겨 있습니다. 그는 그 동안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애굽의 왕자라는 신분이 그로 하여금 모든 부귀 영화와 육체적 자유를 맘껏 누리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모든 특권과 애굽의 보화를 버리고 노예 백성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살아왔던 모든 것, 그리고 앞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기꺼이 버리는 참으로 놀라운 결단이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자기가 살아온 삶의 형태, 생활 공간을 떠나 낮아지는 일만큼 어려운 일은 드물 것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힘든 일은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불확실하고 험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일입니다. 그것도 애굽의 왕자와 노예 백성이라는 너무나 큰 차이를 극복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세는 이 어려운 일을 과감히 도전하여 해냈습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비결을 히브리 저자는 “그리스도를 위해 받는 능욕을 애굽의 모든 보화보다 더 큰 재물로 여겼으니” 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그의 가치 기준이 참으로 높았던 것을 말해주는 말씀입니다. 썩어질 육신, 사라질 인간적 포지션 그로 인해 누릴 안락과 유희에 연연해하지 않고, 영원한 영혼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했다는 말씀입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비결을 성경은 다시 상 주심을 바라보는 믿음 때문이었다 소개합니다.

‘상주심을 바라보는 믿음’, 이 얼마난 적절한 표현입니까? 만일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누가 애굽 왕자의 자리를 노예의 신분으로 바꾸겠습니까? 어떤 것으로든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믿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그러면 모세 그가 애굽의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바랐던 보상이 무엇이었을까요?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좀 더 높은 자리를 기대했을까요? 아니면 그가 포기한 보물보다 더 큰 다이어몬드를 기대했을까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바랬던 보상은 이 땅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땅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하늘의 것을 보상으로 바랐기에 그는 의연하게 그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세, 그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인생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기를 통해 자기 민족 가운데 이루실 아름다운 일에 대한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애굽인을 죽이고 히브리인으로 살고자 결단하던 날부터 하나님께서 자기를 통해 이루실 일에 온통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날에도 자기 동족 속에서 자기 자리를 발견하고자 히브리인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자기 동족들끼리 싸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모세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갔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자기 형제들이 왜 자기들끼리 싸워야 하는지 그가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잘못한 자에게 가서 “네가 어찌하여 동포를 치느냐” 고 책망했습니다. 이때의 그의 마음을 사도행전 7:25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형제들이 하나님께서 자기 손을 빌어 구원하여 주시는 것을 깨달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즉 그 순간 모세는 하나님께서 자기를 민족 지도자로 세우셨음을 자기 동족들도 이미 인정했으리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동족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도,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모세의 책망을 들은 그 히브리인은 오히려 “누가 너로 우리의 주재와 법관을 삼았느냐 네가 애굽 사람을 죽임같이 나도 죽이려느냐” 고 대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모세가 애굽 사람을 죽인 사건까지 바로에게 알려져 마침내 바로가 모세를 죽이고자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자기 동족을 위해 살고자 모든 것을 버리고 분연히 일어섰던 모세는 기껏 애굽인 한 사람을 죽인 후, 자기 동족의 배반으로 미디안 광야로 도망치는 도망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때 그 당시 모세의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가장 감당키 힘든 감정이 배신의 상처인데, 그것도 생명을 바쳐 사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받는 배신의 상처는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을 만큼 견디기 힘든 고문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모세처럼 아주 어렵게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동족을 위해 살겠다 결단하고 일어섰는데, 그 귀한 마음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자기 동족에 의해 꺾이었으니 미디안 광야를 헤매다 한 우물에 앉은 그의 두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자기 동족에 대한 배신감보다도 하나님께 대한 회의였을 것입니다. 분명 자기를 부르시고 마음에 소망을 주신 분이 하나님이라 믿었는데, 그분이 자기를 통해 뭔가 크고 놀라운 일을 하실 것을 의심하지 않았기에 모든 미련을 버리고 일어서 결단했는데 기껏 자기가 한 일이 무엇입니까?

저는 이때 모세가 느껴야 했던 심정을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죽고 싶었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생명을 걸만큼 사랑했던 이들에게 당한 배신감에, 자기를 부르신 하나님에 대한 회의까지 겹쳤으니 세상에 무슨 살 소망이 있었겠습니까? 이미 세상 것은 그에게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고, 이제 그는 모든 것을 다 버렸고 잃어 버렸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냥 모세의 모습을 연민의 눈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먼저, 그 과정 속에 나타난 모세의 과오를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가 히브리인으로서의 자기 발견을 한 후,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동족과 함께 고난의 길을 가고자 결단했던 것은 참으로 귀하고 위대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를 쓰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방법과 인도하심 앞에 자기 혈기를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를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로 세우시고자 40년을 기다리시며 키우셨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방법과 인도하심을 단 며칠도 기다리질 못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어찌하든지 쓰임 받고 살고자 하는 소원을 갖게 되는 일은 참으로 귀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소원이 강해도 혈기를 다스리지 못하는 자는 반드시 실패합니다. 그래서 결국 그의 실패는 하나님으로 하여금 또 다시 많은 시간을 그를 기다리게 만듭니다.

동족에 대한 지독한 배신감, 그리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회의를 안고 정처 없이 미디안 광야를 헤매던 모세는 미디안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디안의 제사장 르우엘의 딸 십보라와 결혼하여 장인의 양을 치는 목동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40년을 애굽의 왕자로 살아왔던 자가 하루아침에 광야에서 처가살이를 하며 사는 양치기의 인생으로 변한 것입니다.

그가 그곳에서 아들을 낳아 그 이름을 게르솜이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타국에서 객이 되었음이라’ 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의 아들의 이름 속에 담긴 모세의 한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자기 인생을 생각하면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요? 정말 지울 수 있다면 지우고 싶은데 그 어떤 것도 지워지지 않고, 자기 인생은 갈수록 비참해져만 가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모세, 그의 인생에는 이제 더 이상 미래도 소망의 빛도 찾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모세의 이 광야 생활이 하나님의 멋진 훈련기간이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랍습니까? 모세의 실패는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모세에게 어떤 인생이 예비 되었기에 그에게 이 광야 훈련이 또 하나의 시작을 위한 필수 관문이었을까요? 모세에게 예비 된 인생은 하나님의 구속 역사 안에서 갑자기 등장한 인생이 아닙니다. 아주 가깝게 잡아도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횃불 언약으로(창 15장) 약속하셨던 때부터 모세의 인생은 이미 구체적으로 하나님에 의해 예비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께서 그의 실제적 인생 속에 지난 40년을 눈동자처럼 살피시며 기다리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난 40년의 궁중 생활을 통해 그에게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추도록 훈련하셨습니다. 이런 그를 사도행전 7:22에서는 “모세가 애굽 사람의 학술을 다 배워 그 말과 행사가 능하더라” 하였습니다.

한 민족의 지도자로 탄생하여 이스라엘이라는 중요한 국가적 탄생을 이루는 선구자요, 출애굽의 거대한 역사를 리더해갈 역사적 인물로서 필요한 자질들을 궁중 생활 40년 동안 주신 셈입니다. 그러나 그가 이룰 역사는 그 개인의 능력과 공명심으로 이룰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일은 철저히 하나님 한 분만을 의지하는 겸손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함께 가는 양들과 하나되는 사랑이 없이는 가기 힘든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의 자세는 궁중 생활에서만 40년을 보낸 모세가 배우기엔 힘든 것이었습니다. 물론, 과거 자기 동족을 위해 분연히 일어섰지만 그것이 하나님께서 그에게 원하시는 목자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광야 생활을 통해 그에게 이 두 가지를 배우도록 하셨습니다. 그는 40년 미디안 광야에서 처가살이하는 양치기로 전락하여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를 몸과 마음에 새겼을 것입니다. 날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니 본질적으로 아무 것도 아닌 자신을 발견하고 슬피 울었을 것이며, 그로 인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던 젊은 날이 너무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또한 온 종일 처가 집의 양을 치며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말없이 감당해야 했던 삶을 통해, 평생을 노예 백성으로 살아야 했던 자기 동족의 삶의 애환을 비로소 깨달았던 것입니다. 삶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는 자와 그것을 머리와 마음으로 헤아리는 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친히 임마누엘 하셔서 우리의 고통을 체휼하신 것이겠지요.

하나님은 모세가 자기 백성의 고통 속에 직접 들어가기를 원하셨습니다. 육신의 고통과 비참한 현실은 물론, 앞이 안 보이는 미래를 향해 길고 알 수 없는 시간을 가야 하는 그 고통을 체험토록 하셨습니다. 구원을 받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되는 그 절박한 상황을 그로 맛보게 하신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 하나님은 40년의 세월을 다시 투자하셨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참 어려운 하나님의 세계를 또 하나 발견합니다. 40세의 모세, 그에게는 가진 것이 참 많았습니다. 애굽의 왕자로 컸으니 그가 얼마나 유식하고 당당하고 유능했겠습니까? 거기다 젊음과 어느 정도의 경륜을 얻을 수 있는 정말 일해볼 만한 나이가 그때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은 거기에 40년의 세월을 더하여 겸손히 하나님 한 분만을 의지하는 사람, 양들의 저 깊은 곳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역사 하심을 조용히 기다릴 줄 아는 그 기다림을 광야 생활을 통해 훈련시키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들을 통해 하나님의 종으로 살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재산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40세의 모세를 쓰실 수 없으셨던 하나님 안에 해답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쓰시기 위해 40세의 그의 나이에 40년의 세월, 그것도 광야 생활을 더하사 얻으신 것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종으로 사는 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재산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시키시는 광야 훈련의 목적도 사실은 동일합니다. 그러므로 ‘왜 40세의 모세를 쓰시지 않으십니까?’ 라는 허공에 사라질 질문을 버리고, 우리는 우리 각자가 40년의 광야 생활을 통해 얻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종으로서 지녀야 할 그 소중한 재산들이 우리 안에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에 오늘도 나는 광야 훈련을 받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 시간 우리 모두 ‘나는 왜 맨 날 광야 훈련만 받아야 합니까?’ 라는 질문을 버리고 오직 광야 훈련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는 그 값진 재산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광야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하나님의 훈련을 받고 있는 동안 바로는 죽고 이스라엘 백성들의 형편은 더욱 비참해져 갔습니다. 참으로 이제 그들에게는 소망이란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그 부르짖는 탄식을 조용히 듣고 계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바로 그들을 처음부터 인도해 오신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고통 소리를 들으시고 아브라함과 야곱에게 하신 언약을 기억하셨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때서야 드디어 당신의 사랑하는 종들에게 하셨던 그 약속을 이행할 때가 되셨다고 여기신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그 소중한 약속을 지키시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셨습니까?

<제 2부> 모세야, 모세야 (3:1-22)

모세가 변함없이 장인의 양 무리를 인도하여 호렙산에 이르렀을 때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나타나셨습니다. 아무런 마음 준비도 없이 그저 양들을 지키는 데만 온 정신을 쏟고 있던 그에게 불붙은 떨기나무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나무는 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눈을 의심하여 기이히 여기고 있던 때에 그는

모세야, 모세야

라고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 어느 때 들었던 음성입니까? 기억하기도 힘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들려온 음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모세는 신기하게도 “당신이 누구십니까?”라고 하지 않고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였습니다.

40년의 세월을 광야에서 눈물로 보냈지만 그는 과거 자기를 부르셨던 그 하나님을 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 그분께 자신이 잊혀진 존재인지, 더 이상 하나님은 자기 인생 속에 아무런 계획도 갖고 계시지 않으신지’ 하는 생각들이 어찌 그의 마음에서 떠날 수가 있었겠습니까?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하나님 그분을 만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보낸 게 40년의 세월이었습니다.

세월이 그를 시골 촌부로 만들어 버렸지만 그의 가슴에 새겨진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향수를 씻어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모세야, 모세야” 부르시는 음성만 듣고도 그는 “내가 여기 있나이다” 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품에 안겨 가슴에 묻어둔 지난 40년의 세월을 통곡으로 터트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이리로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하셨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자일지라도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경계하십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지금 모세를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분은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무엇을 하시고자 하십니까? 7-10절 말씀에 그 답이 잘 나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계획하신 일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그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시는 일입니다. 즉 그들을 위한 출애굽의 역사를 계획하고 계십니다. 둘째는 가나안으로 인도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들을 인도하여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이르려 하노라

하나님께서 당신의 사랑하는 자들을 위해 예비하신 가나안을 드디어 이스라엘 백성에게 선물하시고자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에 지도자로 모세를 세우셨습니다.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너로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 (10절)

드디어 하나님께서 그토록 꿈꾸시던 출애굽의 역사를 다른 사람이 아닌 모세를 통해 이루시겠다는 말씀이십니다. 당신 종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하셨던 그 긴 세월의 약속을 오늘 모세에게 위임하시겠다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40년 전 모세가 이 하나님의 명령을 얼마나 사모하며 기다렸습니까? 자기를 그렇게 세워만 주신다면 못할 게 없노라고 했던 모세 아닙니까? 그런데 젊은 날 그토록 기다리며 사모했던 부르심이 40년이 지난 오늘 드디어 자신에게 임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모세의 반응이 무엇입니까?

내가 누구관대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 (11절)

한 마디로 그의 대답은 “내가 무엇이관대”였습니다. 이 한 마디 속에 모세의 지난 40년간의 한과 슬픔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잊어버리고 살아온 40년의 세월 앞에 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가 자신에게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내가 정녕 너와 함께 있으리라 네가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하여낸 후에 너희가 이 산에서 하나님을 섬기리니 이것이 내가 너를 보낸 증거니라 (12절)

하셨습니다. 그의 모습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시골 촌부에 불과한 것을 하나님이 모르시고 그를 찾아 오셨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잠시 착각하셔서 그를 젊음과 능력이 살아 움직이는 자로 여기신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정녕 너와 함께 있으리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하시기만 하시면 지난 세월이 앗아간 모세의 젊음과 능력, 자신감 등은 아무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참으로 기묘한 분이십니다.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여길 때는 잠시 우리 주변에 머무시다가, 우리가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여길 때 우리 중심에 찾아오셔서 “내가 정녕 너와 함께 있으리라” 약속하시니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로 하여금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서 스스로 계신 자,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보내셨다고 하라 하십니다. 그리고, 출애굽과 가나안의 약속을 전하라고 명하십니다. 이미 출애굽의 꿈을 잃어 버린 지 오래된 채 나일 강가에서 슬피 울며 탄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출애굽과 가나안의 소식을 전하도록 명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출애굽의 역사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도 덧붙이셨습니다.

내가 아노니 강한 손으로 치기 전에는 애굽 왕이 너희의 가기를 허락지 아니하다가 내가 내 손을 들어 애굽 중에 여러 가지 이적으로 그 나라를 친 후에야 그가 너희를 보내리라

이제부터 시작될 출애굽의 역사를 위해 하나님이 얼마나 많은 일을 행하실 지를 미리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모세와 이스라엘이 얼마나 많은 인내로 기다려야 하는 지도 그 말씀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는 출애굽 시 그들의 모습을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갈 때에 빈손으로 가지 아니하리니 (21b)

애굽에서 살면서 당한 수고의 보상을 반드시 받게 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세상을 사는 그분의 백성들에게 참으로 귀한 축복과 보장이 되는 말씀입니다.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을 보상해 주시니 우리의 인생이 열매를 맺을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이 죄악 된 세상 땀 흘려 살아봐야 공수로 돌아갈 뿐 무엇이 남겠습니까? ‘너희를 절대로 공수로 보내지 않겠노라’ 하시는 이 하나님의 약속이 세상을 사는 동안 우리의 보장이 되시길 기도할 뿐입니다. 매순간 공수로 돌아가는 인생을 살게 될까봐 두렵고 허망해질 수밖에 없는 우리 안에 이 하나님의 약속이 보증이 되시길 기도 드립니다.

< 결 론 >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원대한 수레바퀴가 모세 한 사람을 부르시는 사건으로 다시 힘차게 태동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역사 하심에 대한 신비로움은 그 어떤 말로도 부족함을 다시 느낍니다.

저는 본문 말씀을 묵상하는 동안 내내 “하나님 당신의 수레바퀴의 원둘레는 얼마나 되십니까? 당신 발걸음의 compass는 어느 정도 됩니까?”라고 반복하여 물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 그 분 역사의 수레바퀴가 한 번 돌려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고, 그분의 발걸음 하나가 옮겨지는 데는 또 어찌 그리 긴지 헤아릴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한 인생을 향해 돌리시는 수레바퀴와 걸음 한 발자국이 안보일 만큼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하나님 안에서 우리 각자의 인생과 내 옆 동역자의 인생과 우리가 섬기는 역사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시대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런 눈을 허락하사 우리가 달고 있는 작은 수레바퀴들을 빼내는 작업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동역자들 답게 그분이 돌리시는 커다란 수레바퀴, 그분 발걸음의 compass를 닮아 가는 큰그릇들로 빚어질 수 있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그리할 때 우리 모두 하나님의 역사를 그 분과 함께 이루어 가는 그 분의 좋은 동역자들이 될 수 있을 것을 믿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