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겨울 수양회 치유 기도회 간증

                                                                               김지영

 이전에 우리 교회는 토요일 저녁 기도 모임에 치유기도를 중점적으로 할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거의 몇 달을 아이의 목소리로 울기만 하였습니다. 왜 우는지도 알 수 없고 끝이 없이 울기만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어느 때부터는 아프다는 이야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인도자는 이것이 어른인 내 안에 있는 상처받았을 당시의 모습으로 멈춰져 있는 나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며 울기만 하였습니다. 함께 기도해주는 분이 괜찮다고 아무리 안아 주어도, 이제 너는 다 컸고 울지 않아도 된다고 속삭여주어도 그 억울한 마음이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어느 새벽 기도 시간 아침까지 그 울음이 계속되는 나에게 기도 중이던 한 분이 오셔서 계속 울라고, 그 슬픔의 샘이 다 퍼올려지도록 충분히 울라고 속삭여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작년인가 겨울 수양회 저녁 치유 기도 시간, 성령 하나님이 하실 것이 그냥 믿어진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다 추운데 등 뒤가 뜨거워진다는 생생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이것이 성령의 뜨거운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정말 이것이 다 치유가 되겠구나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많이 울었고 엄마 아빠가 나를 아프게 한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의 입으로 나온 이야기는 뜻밖의 이야기였고 그것이 그렇게 상처냐 할 만큼 별 것이 아니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나보고 못생겼다고 했잖아.’ 그러나 내 인생을 돌이켜 볼 때 이 외모 컴플렉스가 얼마나 나를 얽매었는지. 다른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나의 모습이 싫고 자신감이 없었더랬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이제 치유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여전히 기도시간마다 아이의 목소리로 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함께 기도해주셨던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하나님이 이제 하나를 시작하셨고 다음 것들을 점점 하실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후 저는 결혼, 임신, 출산이라는 과정 속에서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도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와 함께 지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많아 다른 시간이라도 아이와 함께 해주고 싶어 주일을 제외한 다른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여름수련회 때 늦은 밤까지 있었더니 아이가 밤새 잠을 못자고 힘들어해서 아가씨때처럼 다 누리려고 했던 것도 내 욕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 수양회는 일정 시간이 되면 아이에게도 유익하도록 돌아갔습니다. 둘째 날 오후에는 아무래도 저녁 시간에 아이가 우리와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친정 부모님의 일터에라도 맡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 연말이라 가족들이 다 모여 송년회를 하니 아이를 저녁시간에 잠시 맡아 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후에 생각해보니 아이와 함께 있었으면 내가 치유시간을 충분히 누리기도 힘들었거니와 부모님의 일터는 난로 하나를 틀어놓는 추운 환경이라 아이에게 좋지 않은데 송년회라는 상황이 되어 가족 모두가 집에 모여 아이를 돌아가며 돌보아 주어 나에게 필요한 치유시간을 온전히 주어지도록 하나님이 상황을 도와주신 것이었습니다.

 둘째 날 목사님은 선교사 기도 모임에서 치유 받은 한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하나님은 그 분에게 상황들을 다 생각나게 하시고 그곳에 예수님이 함께 계신 것을 알려주셔서 다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제 기억에 목사님이 믿음을 강조하신 것 같습니다. 나는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냥 들은 대로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성적인 나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였습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 기다리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직장도 없고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아빠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외할머니로 인해 두 분은 승낙을 얻지 못한 채 함께 사셨습니다. 내가 생긴 것은 결혼 전이며 아버지는 군대 가기 전이라 아빠는 나를 임신한 엄마를 시어머니가 계신 시골 집에 데려다놓고는 군대를 가셨다고 합니다. 큰아버지들이 엄마를 인정해주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출산할 때 아빠는 군대에서 그 소식을 들었으며 아들에 대한 마음이 센, 옛날 어른인 할머니에게 내가 여자인 것이 어땠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큰아버지는 종종 나를 할머니가 던져버렸는데 큰아버지가 데려왔다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고 엄마는 나를 임신했을 때 연탄가스 중독이 된 적이 있어 아이가 잘못되었을까봐 유산시키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되어 제가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아빠를 보지 못하고 자란 나를 아이들은 아빠가 없다고 놀리기도 하고 (실은 이 놀림을 당하면서 아빠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몰랐습니다.) 엄마는 어릴 적 내가 뭔가 잘못해서 때릴 때에도 너만 아니었으면 도망갔는데 라는 말을 하셨던 것이 똑똑하게 기억이 납니다.

 저는 연탄 가스 마셨을 때가 언제였을까? 그때 기억이 나려나? 이런 생각들을 하며 목사님의 인도를 따랐습니다. 눈을 감고 예수님이 난자와 정자를 들고 하나로 함께 합쳐 내가 생긴 것을 그렸습니다. 꼭 만화 같았습니다. 나는 상상력이 많아서 머리 속으로 그리기를 잘 합니다. 그러나 환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는 수정란이 엄마의 자궁 속에 잘 착상한 상상을 했습니다. 내가 직접 체험을 해서인지 수많은 융털이 난 보드라운 자궁 속에 조그마한 동그라미 수정란인 내가 엄마의 양수 속에 미역 줄기처럼 울렁울렁 움직이는 모습이 조금 생생하게 상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육체도 실제적으로 그렇게 양옆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마음이 들었고 무척 편했습니다. 양수가 가득 찬 엄마의 자궁 안은 평화롭고 행복하고 햇살이 들어오는 것처럼 빛이 비쳤습니다. 나는 그냥 그것이 예수님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빛이 환하게 비추는 바다 속 같은 그런 느낌. 지난 겨울 수양회 치유 받을 때도 꼭 깊은 바다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아무튼 양수 속은 편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께서 2개월에서 3개월로 넘어가자고 말하고 나서 갑자기 컴컴해지고 답답해지고 온통 사방에서 나를 꽉 조여 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공포가 몰려왔고 무서웠습니다. 나의 육체는 양반 다리 자세를 하고 있었는데 상체가 그대로 앞으로 쏠려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나의 이성은 3개월 때 연탄가스를 마셨나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컴컴했고 공포였으며 억울한 마음과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그리고는 나의 입이 억울한 마음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환상을 통해 보여주셨으면 했지만 하나님은 나의 입술을 통해 나오는 말을 듣게 하시는 방법을 하십니다. “나 너무 아프다. 내가 안 그랬는데, 내가 아니라고 했는데”를 반복하였습니다. 상황을 알 수 없었지만 나의 마음은 너무 억울했습니다. “엄마가 나 아프게 했어, 아빠가 나 아프게 했어. 내가 아니라고 했는데. 내가 여기 있는데, 내가 여기 있었는데. 왜 나한테 그래.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그리고 내 마음은 분노가 일어났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분노로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는 그 분노와 억울함으로 몸을 움직였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바닥에 누워 짜증을 내는 것 같았습니다. “왜 나한테 그래” 기도하시는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예수님을 찾으라고. 그러나 어디에도 예수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컴컴했습니다. 그것도 화가 났습니다. 어린 나는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그러다가 나의 입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아..예수님이 여기 계속 있었구나. 아이쿠, 계속 있었는데 내가 몰랐네” 하며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내가 엄마 배 속에 생길 때부터 하나님은 계속 나와 함께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행복해졌습니다. 그런데 또 억울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근데 왜 나한테 그래,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도우시던 분이 그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억울하고 분노하는 마음이 올라오던 나는 가운데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예수님이 계셨다 하고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게 되었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고 선택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치유시간이 끝나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에게 전화가 와서 아이를 데리러 가야했습니다. 개운한 마음들이 많기도 했지만 그 답답한 느낌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한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나는 자꾸 분노하고 억울한 마음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택하겠습니다. 아멘.’ 이러면 되는 것인지. 그렇게 감정이 쉽게 정리되는 것인지.

 나에게는 치유가 이미 시작되었었고 하나님은 그저 그런 믿음의 상태로 현실만 살아가던 나를  이번에는 더 깊이 만나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다 알 수 없지만 내가 한 가지 손에 쥐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나를 빛으로 비추고 기뻐하셨다는 것입니다. 내가 몰랐을 뿐, 하나님은 그때부터 그곳에서도 나와 함께 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억울한 마음과 분노에 대해서도 생생히 기억나지만 그것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어머니의 자궁 속에 착상된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고 편안했었고 나를 비추는 그 빛이 얼마나 좋았던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려주신 하나님, 더 깊은 치유로 데려가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말 궁금해서 꼭 알고 싶고 그 일이 해결되어 억울하고 분노하는 마음이 사라졌으면, 나도 용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