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그러므로 상속자가 되는 그것이 은혜에 속하기 위하여 믿음으로 되나니 이는 그 약속을 그 모든 후손에게 굳게 하려 하심이라 율법에 속한 자에게 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의 믿음에 속한 자에게도 그러하니 아브라함은 우리 모든 사람의 조상이라.”(로마서 4:16)

사도 바울은 아브라함을 할례 받은 유대인의 조상이라 하지 않고 믿음에 속한 우리 모든 사람의 조상이라고 선포한다.

바울은 “팔 일만에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의 족속이요 베냐민의 지파요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 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빌 3:5)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뛰어난 조건과 선민의식을 버리고 믿음에 속한 모든 사람을 아브라함의 후손이라 선언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이는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그 깊고 놀라운 구속의 비밀을 깨닫게 하셨기 때문이다(롬 9, 10장). 그는 구약의 수많은 언약들에 나타난 하나님의 메시지의 핵심이 곧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될 새 이스라엘(교회)을 향한 것이었음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이 놀라운 구속의 경륜을 깨닫지 못한 채 아직도 하나님 백성의 이중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마치 구약의 이스라엘과 신약의 교회가 전혀 다른 집단인 것처럼 구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즉 혈통적 유대인과 신약 교회인 이방 신자가 제 각기 하나님의 다른 섭리 속에 인도함을 받는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하나님은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교회 시대에서도 혈통적 유대인에 대한 역사를 이방 신자와 구분하여 이루어 가시는가?

이에 대해 논자는 그들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며, 반론에 대한 논거로 구약 이스라엘에게 주신 언약들을 기독론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본고의 핵심은

첫째, 구약의 모든 언약들이 그리스도를 향한 구속사적인 언약이었음을 밝히고

둘째, 구약의 모든 언약들이 신약 교회 안에서 온전히 성취되었음을 밝히며

셋째, 이로써 구약 교회와 신약 교회가 하나님의 단일 백성으로서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밝히는 데 있다.

또한 아담부터 그리스도까지 이른 하나님의 언약들은 모두 ‘은혜 언약’이었음도 더불어 증거 하고자 한다.

구약의 이스라엘과 신약 교회를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하나로 이으사 구속 역사를 완성하신 하나님께서 부족한 자의 졸고에 함께 하시길 기도드린다.

 

Ⅱ. 아브라함 이전의 언약

구약 성경에 ‘언약’이라는 단어는 창세기에만도 25회나 발견되며, 그 외 모세 오경, 시편, 선지서들에서도 20여 차례나 나타난다.¹ 또한 언약이란 단어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구약 전체에 하나님의 언약들은 수없이 기록돼 있다. 이는 하나님의 언약들이 신적 계시의 여러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고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언약들의 중심 메시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한 분 메시야를 향한 약속이며, 그분을 통해서만이 성취될 말씀이다. 즉 구약은 하나님의 언약이 수많은 연결고리를 통해 이어진 것이다.² 오직 ‘하나님의 정하신 뜻과 미리 아심’(행 2:23)에 따라 베풀어질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이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언약들을 통해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조상들에게 임한 하나님의 언약들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를 통한 그의 영원한 목적을 알리시며 이루시는데 있다.³ 그러므로 구약의 언약들을 접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각의 초점을 그리스도께 맞춰 구속사적인 관점에서 살피는 것이다.⁴

이스라엘에게 주신 하나님의 언약은 아브라함으로부터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서 시작된 언약의 역사는 아브라함 훨씬 이전으로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그 언약들은 하나의 맥 속에 아브라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브라함 이전의 언약들을 고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아브라함 이전에 존재했던 언약들은 첫 사람 아담과 또 다른 인류 대표 노아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A. 원 복음에 나타난 구속의 언약

범죄한 아담에게 찾아오셔서 하신 창 3:15 말씀을 원 복음이라 부른다. 이는 그 안에서 최초로 구속의 언약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⁵ 하나님은 인간이 범죄한 즉시 구속을 약속하셨다. 이는 바로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여자의 후손’을 통해서이다.

물론 하나님과 아담 사이에 체결된 최초의 언약은 그(창 3:15)보다 먼저 창 2:16, 17에 기록돼 있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이는 창조의 질서 가운데 지속될 하나님과 아담의 영적 관계를 위한 처음 언약이다. 하나님은 이 계명을 통해 아담과의 사이에 영적인 질서를 세우시고, 그로 말미암은 영원한 언약 관계를 맺고자 하셨다.⁶

그러나 아담은 이 금령을 어기므로 하나님과의 언약을 파기하였다. 이는 곧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을 초래했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언약을 통해 아담과의 관계 설정을 하셨다. 그러므로 하나님과 아담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언약 관계에 있다. 아담의 범죄는 단순한 행위 죄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을 파기한 것이며, 이는 곧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하는 행위였다.⁷

그런데 하나님은 이런 아담을 향해 또 다시 언약을 세우셨으니 바로 창 3:15에 기록된 말씀이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본문은 하나님께서 범죄한 아담과 하와를 책망하시고 뱀을 저주하신 후에 말씀하신 내용이다. 그런데 이 메시지의 핵심은 범죄한 인간을 구속코자 하시는 구원의 계획과 언약이다. 하나님은 이미 사단의 지배 아래 죄의 종노릇 할 수밖에 없는 아담에게 그를 위한 구속자를 약속하셨다. 그가 곧 ‘여자의 후손’으로 오실 그리스도다.⁸

그러면 아담의 범죄와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언약은 아담 안에만 적용되는 것인가?

먼저, 아담의 범죄가 미치는 영역에 대해 증거한 사도 바울의 글을 인용하면, “아담으로부터 모세까지 아담의 범죄와 같은 죄를 짓지 아니한 자들까지도 사망이 왕 노릇” 하였다(롬5:14). 즉 아담이 갖는 인류의 대표성이 결국 모든 인류를 죄의 종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와 아담이 갖는 공통된 특징은 이 점이니, 그리스도 또한 구속받을 새 인류의 대표자로 오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아담을 ‘오실 자’ 곧 그리스도의 표상이라고 했다.

이 모든 사실에 대해 또 다른 글에서 바울은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삶을 얻으리라”(고전 15:22)고 했다. 결국 아담에게 주신 언약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자들에게 이어진다.

그러면 첫 사람 아담에게 하신 이 놀라운 구속의 언약은 어떻게 계승 발전되었는가?

B. 노아에게 임한 언약

하나님은 아담에게 하신 언약의 계승자로 셋을 허락하사 언약의 물줄기가 흐르게 하셨다(창 4:25). 그러나 본성이 부패한 아담의 후손은 온 세상을 죄로 관영케 하여 마침내 하나님께서 사람 지으심을 한탄케 하였다(창 6:5, 6). 죄악으로 가득한 인간들에게 남은 것은 하나님의 심판뿐이었다(창 6:7). 그런데 심판 가운데서 은혜를 입은 자가 있었으니 바로 노아이다. 성경은 그에 대해 ‘의인이요 당세에 완전한 자’라고 증거 한다(창 6:9).

노아에게 주신 하나님의 첫 번째 언약은 창 6:18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너와는 내가 내 언약을 세우리니 너는 네 아들들과 네 아내와 네 며느리들과 함께 그 방주로 들어가고”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들을 심판하시는 길목에서 노아와 그의 후손을 구원하시는 길을 만드셨다. 하나님의 심판 경고대로 세상은 홍수로 침몰하여 땅에 있는 모든 생물이 멸절 되었다(창 7:22). 그러나 노아에게 임한 언약대로 노아의 방주는 구원의 방주가 되었다.

그러면 노아에게 임한 언약과 언약의 성취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히브리서에서는

“믿음으로 노아는 아직 보이지 않는 일에 경고하심을 받아 경외함으로 방주를 준비하여 그 집을 구원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세상을 정죄하고 믿음을 따르는 의의 상속자가 되었느니라”(히브리서 11:7)

고 하였다. 노아에게 임한 언약의 성취는 당시 노아를 심판에서 구원케 했다. 또한 죄악 된 세상과 믿음으로 산 노아의 삶이 각각 하나님의 공의로운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노아를 믿음을 좇는 의의 후사가 되게 하였다. ‘믿음을 좇는 의의 후사’란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를 기업으로 상속 받는다.⁹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노아에게 임한 언약도 ‘행위 언약’이 아니라, ‘은혜 언약’이라는 점이다. 노아가 의롭다함을 얻은 것은 그의 행위가 온전해서가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얻은 의이다.

하나님께서 노아를 심판 가운데서 구원하심은 아담에게 약속하신 ‘여자의 후손’ 곧 그리스도의 씨를 남겨 놓으신 것이다. 하나님의 일방적인 인류 구속의 은혜가 노아를 심판에서 구원한 것이다.

노아에게 임한 하나님의 두 번째 언약은 홍수 이후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을 때에 임하였다.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 땅을 멸할 홍수가 다시 있지 아니하리라”(창 9:11)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있으리니 내가 보고 나 하나님과 모든 육체를 가진 땅의 모든 생물 사이의 영원한 언약을 기억하리라”(창 9:16)

하나님은 새로운 터전에서 노아와 그 후손에게 두 번째 언약을 주시고, 언약의 증거로 하늘에 무지개를 두셨다. 그리고 하나님이 친히 이 언약을 ‘영세까지 세우는 영원한 언약’(창 9:12, 16)이라 하셨다.

여기에 본질상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깊고 놀라운 구속의 사랑이 잘 나타나 있다. 노아에게 주신 무지개 언약은 ‘여자의 후손’(창 3:15)으로 오실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케 될 언약이다. 그러니 영원한 언약이라 불리우는 것이 마땅하다.

하나님은 이 귀한 언약의 수납자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 하라 땅의 모든 것을 ... 너희 손에 붙이셨음이라”고 새롭게 축복하셨다(창 9:1～3).

이는 아담에게 주신 처음 축복과 유사하다(창 1:28). 그러나 단순히 처음 것의 반복이 아니라 믿음으로 의의 후사가 된 자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기업이다.¹⁰

즉 새로운 세상의 상속권이 노아와 그 후손에게 주어진 것은 믿음의 자녀 자격으로 임한 것이다. 하나님은 노아와 그 후손에게 임한 언약을 통해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과 의에 이르는 귀한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노아에게 임한 구원의 언약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구속 언약의 또 하나의 그림자였다.

선지자 이사야는 노아에게 임한 이 언약을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될 은혜의 역사에 비유하여 증거 하였다. “내가 영원한 자비로 너를 긍휼히 여기리라 네 구속자 여호와의 말이니라 이는 노아의 홍수에 비하리로다 내가 다시는 노아의 홍수로 땅위에 범람치 않게 하리라 맹세한 것 같이 내가 다시는 너를 노하지 아니하여 다시는 너를 책망하지 아니하기로 맹세하였노니”(사 54:9, 10).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루어질 완전한 속죄(사 53장)는 교회시대 임할 영원한 언약의 완성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놀라운 언약의 성취를 노아에게 하신 언약에 비유하셨다. 이는 노아와 그 후손에게 하신 언약이 그리스도께로 이어지며,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될 언약임을 보여주신 것이다.¹¹

하나님은 노아에게 주신 언약을 세상에서 현실적으로 이루시므로 그의 신실하심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언약의 궁극적 목적과 대상이 그리스도와 교회였음을 나타내셨다.¹²

그러므로 노아와 그 후손은 각각 그리스도와 교회의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첫째, 부패했던 세상에 저주를 제거하고 안식이 임하게 한 자로서 노아는 그리스도의 그림자 역할을 했다(창 5:29, 마 11:28).

둘째, ‘다시는 저주가 없을’ 새 땅의 상속자로서 노아에게 임한 언약은 구원의 완성을 내다보았다(창 8:21, 계 22:3).

셋째, 새 역사를 위해 구원의 방주를 예비한 점이 그리스도의 구속사에 대한 예표가 되었다.¹³

또한 노아의 후손들은 노아와 함께 구원을 받아 하나님의 축복을 기업으로 받았으니 이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교회 안에 임할 은혜와 축복의 모형이다.

결론적으로 노아에게 임한 언약의 의의는

첫째, 믿음으로 구원과 의에 이르게 하는 ‘은혜 언약’이라는 점

둘째, 이 언약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될 구속 언약의 모형이며, 당연히 아담 언약과 연속선상에 놓인 언약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노아에게 임한 언약이 그리스도에게로 연결되기까지 계승되어지는 언약들은 무엇인가?

 

Ⅲ. 아브라함과의 언약

노아에게 주신 하나님의 언약은 그의 아들 셈의 장막(창 9:26, 27)을 통해 아브라함에게 이어진다. 이는 아담에서 노아로 넘어올 때 사용된 구속사의 연결 고리가 노아에게서 아브라함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면 아브라함에게 하신 하나님의 언약은 어떤 것들이며, 그 언약들은 그리스도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첫 번째 언약은 아브라함에 대한 부르심에서 시작된다(창 12:1～3).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여기에는 아브라함을 향한 하나님의 두 가지 약속이 들어있다.¹⁴ 하나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으로 큰 민족을 이루어 복을 주신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복의 근원으로 삼으신다는 것이다.

이 약속의 두 측면은 아브라함의 씨로 큰 민족을 이룬다는 것과 그 씨로 인하여 모든 민족이 복을 얻는다는데 있다.

그러나 이 언약의 본질은 아브라함에게 시작된 것이 아니라 아담에서 노아로 이어진 언약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즉 창 3:15에 약속하신 ‘여자의 후손’을 아브라함에게 허락하사 그로 말미암아 모든 족속이 복을 얻어 구원받게 될 것을 약속하심이다.

이를 사도 바울은 갈 3:18에서 “하나님이 이방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로 정하실 것을 성경이 미리 알고 먼저 아브라함에게 복음을 전하되 모든 이방이 너를 인하여 복을 받으리라”고 하였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두 번째 언약은 창 13:14～17에 기록 된 대로 아브라함이 롯과 작별한 후에 나타난다.¹⁵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 내가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게 하리니 사람이 땅의 티끌을 능히 셀 수 있을진대 네 자손도 세리라” 

하나님은 연약함에 빠져있는 자기 종을 찾아 오사 광대한 땅과 무수한 자손에 대한 약속을 하셨다. 이 또한 혈통적 후손과 지리적 땅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씨를 통한 무수한 영적 자녀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약속이다.

하나님의 세 번째 언약은 계속해서 창 15:5로 이어진다.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하나님은 뭇 별과 같은 무수한 자손에 대한 약속을 하셨고, 아브라함이 이 언약의 하나님을 믿으매 이를 그의 의로 여기셨다(창 15:6). 즉 아브라함에게 임한 언약의 체계도 ‘행위 언약’이 아니라 믿음으로 인한 ‘은혜 언약’이었다.¹⁶ 그래서 사도 바울은 롬 4:2에서 증거 하기를 “만일 아브라함이 행위로써 의롭다 하심을 얻었으면 자랑할 것이 있으려니와 하나님 앞에서는 없느니라”고 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의 세 번째 언약 시에 땅과 자손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하셨다. 즉 아브라함 후손이 훗날 이방의 객이 되어 400년 동안 노예 생활을 할 것과 사대 만에 약속의 땅으로 돌아와 마침내 가나안 일경을 차지할 것을 약속하셨다(창 15:13～21). 땅의 경계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셨으니 애굽 강에서부터 큰 강 유브라데까지였다.

이 하나님의 약속은 야곱 족속이 애굽으로 이주하여(창 46), 400년 만에 출애굽 함으로 성취되었다(출 12:51). 또한 출애굽한 그들에게 약속의 땅을 유업으로 주셨으며(출 13:5), 실제적으로 솔로몬 때 이스라엘의 판도가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대로 유브라데 하수부터 애굽 지경까지 미쳤다(왕상 4:21).¹⁷

그러나 하나님의 이 언약은 역사적 이스라엘 가운데 성취된 것으로 만족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는 궁극적으로 아브라함의 씨를 통한 약속의 자녀들에게 하신 영원한 언약이기 때문이다. 그 증거가 아브라함과의 네 번째 언약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가나안에 거한지 10년을 기다려도 자식 하나 없자 아브라함은 자기 처 사래의 권유대로 사래의 여종 하갈을 통해 이스마엘을 얻는다. 아브라함은 서자 이스마엘 안에 하나님의 언약들이 이뤄지길 바랬다(창 17:18).

그러나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모든 약속이 육신의 자녀 이스마엘과는 전혀 상관없음을 말씀하셨다. 즉 아브라함의 나이 99세 때 다시 임한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잘 나타나 있다(창 17:1). 하나님은 오히려 아브라함과 다시 언약을 세우셨다.

“보라 내 언약이 너와 함께 있으니 너는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될지라”(창 17:4).

이 네 번째 언약은 아브라함과의 언약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 언약의 핵심 내용은 아브라함을 심히 번성케 하여 그를 열국의 아비로 삼으시겠다는 것이다. 이 때 하나님은 아브람이었던 그의 이름을 ‘열국의 아비’라는 뜻의 아브라함으로 바꾸시고, 사래도 사라로 개명하셨다(창 17:5, 15).

그리고 이 언약이 비단 아브라함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말씀하셨다.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및 네 대대 후손 사이에 세워서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창 17:7).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언약을 세우신 것은 그의 후손 가운데 영원한 하나님이 되시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언약의 증거로 아브라함의 집의 모든 남자에게 할례를 행하도록 명하셨다. 할례는 하나님과 그 백성 사이의 중요한 언약의 표징이다.

그러면 하나님의 영원한 언약의 대상인 아브라함의 후손은 누구이며, 그 언약의 증거인 할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하나님은 ‘이스마엘이나 하나님 앞에 살기를 원했던’(창 17:18) 아브라함에게 “네 아내 사라가 네게 아들을 낳으리니 너는 그 이름을 이삭이라 하라 내가 그와 내 언약을 세우리니 그의 후손에게 영원한 언약이 되리라”(창 17:19)고 하셨다. 즉 영원한 언약의 대상이 이스마엘 후손이 아니라 이삭의 후손임을 분명히 하셨다. 약속대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주셨다(창 21:1～7).

그러면 이스마엘과 이삭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사도 바울은

“또한 아브라함의 씨가 다 그의 자녀가 아니라 오직 이삭으로부터 난 자라야 네 씨라 불리리라 하셨으니 곧 육신의 자녀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요 오직 약속의 자녀가 씨로 여기심을 받느니라”(롬 9:7, 8).

고 증거 한다. 즉 이스마엘은 ‘육신의 자녀’이고 이삭은 ‘약속의 자녀’라는 엄청난 차이를 갖고 있다.

그러면 ‘약속의 자녀’란 궁극적으로 누구를 가리키는가? 이에 대해서도 사도 바울은 갈 3:16에서 명쾌하게 답한다.

“이 약속들은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말씀하신 것인데 여럿을 가리켜 그 자손들이라 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한 사람을 가리켜 네 자손이라 하셨으니 곧 그리스도라”

결국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주신 영원한 언약이다.¹⁸

그러므로 바울의 증거대로 ‘표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라 이면적 유대인, 즉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가 참 유대인’(롬 2:28, 29)이다.

할례 또한 표면적 육신의 할례가 진정한 할례가 아니라, 마음의 양피를 베는 것이 진정한 할례이다.¹⁹

다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할례를 행하도록 명하심은 무할례 시에 믿음으로 된 의를 인쳐 주신 것이다. 이는 또한 무할례자로서 믿는 모든 자의 조상이 되어 저희로 의를 얻게 하시기 위함이었다(롬 4:11).

아브라함에게 임한 마지막 언약은 창 22:16～18에 나타난 대로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가 크게 번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네 씨가 그 대적의 성문을 차지하리라 또 네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니 이는 네가 나의 말을 준행하였음이니라 하셨다 하니라”

하셨다. 이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아브라함이 이삭을 드린 사건 직후 하신 약속이다. 이 언약은 아브라함과의 마지막 언약임과 동시에 앞의 모든 언약을 확증하시는 약속이라 할 수 있다.

이상 아브라함에게 임한 다섯 번의 언약을 종합해 보면 다음 세 가지 중점을 발견할 수 있다.²⁰

첫째, 아브라함은 번성하여 마침내 큰 민족을 이루어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라는 점(창 12:2; 13:16; 15:2-5; 17:4～6; 22:17)

둘째, 가나안을 그의 후손에게 영원한 기업으로 주신다는 점(창 13:14～17; 5:19; 17:8)

셋째, 그는 복의 근원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그 복을 미치게 하는 자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창 12:2～3; 18:18; 22:18.)

이 모든 언약들은 그의 약속의 씨로 오신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될 구속의 언약이었다. 결국 아브라함에게 임한 하나님의 언약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의 후손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천하 만민이 복을 얻을 것에 대한 약속이었다.

다만 그리스도 안에서 약속된 구속이 임하기 전까지 역사적 이스라엘이 그 언약의 증인이요, 제사장 직분을 위임 받았던 것이다.

그러면 아브라함에게 임한 이 영원한 언약은 어떻게 전개 되는가?

일단 아브라함에게 하신 하나님의 언약은 이삭에게 와서 새롭게 나타나고,²¹ 야곱에게 또 다시 새로이 임한다.²² 그리고 그 언약은 장자권을 상속받은 유다에 대한 축복 가운데도 잘 나타나 있다.²³

아브라함에게 임한 언약은 언약의 계대적 원리를 통해 아브라함에서 이삭, 야곱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언약은 점진적으로 계승, 발전 되었다. 이는 하나님께서 출애굽의 역사를 맡기려고 모세를 부르실 때 아브라함과의 언약을 기초로 시작하신 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출 3:15～17).

즉 출애굽의 사건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언약을 지키려고 행하신 그의 신실하심의 결과였다(출 2:24; 6:4, 5).

 

Ⅳ. 광야에서의 언약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언약대로(창 15:14) 이스라엘은 400년 만에 출애굽을 했다.

출애굽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중요한 것이 유월절이다. 유월절은 출애굽의 역사를 이루는 절대적 조건임과 동시에 아브라함과 모세를 이어준다. 즉 ‘약속 언약’과 ‘율법 언약’을 연결하는 구속사의 중대한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²⁴

또한 유월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으로 연결된다. 즉 이스라엘 백성이 유월절 어린 양의 희생으로 구원 받은 것처럼 그리스도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으로 오셔서(요 1:29), 그의 피로 유월절의 의미를 완성하셨다.²⁵

본 장에서는 율법과 성막을 통해 나타난 광야 언덕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 ‘율법 언약’이 결국 ‘은혜 언약’이었음을 증명코자 한다. 또한 광야 언약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온전히 성취될 구속의 언약이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A. 시내산 언약의 본질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시고, 광야에서 독수리 날개로 보호하셨으며, 이스라엘의 노정을 정하사 시내 광야로 인도하셨다(출 19:1-4).

출애굽한 이스라엘의 첫 목적지는 시내산이었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과 언약을 체결하셨다.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할지니라.”(출 19:5, 6)

사실 하나님은 이 새로운 언약 관계로 출애굽의 결론을 맺으시고 이스라엘을 구속사의 대표적 민족으로 출발케 하신 것이다.

시내산 언약의 핵심 내용은 ‘내 소유’,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이라는 말 속에 나타나 있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선택성과 이에 따른 이스라엘의 역할을 명확하게 제시 한다.²⁶

이제 이스라엘은 신정 통치의 전형적인 예를 온 세상에 제공할 것이다. 이로써 세상만민을 구속의 직접적 총치 하에 두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목적이 이 언약 속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결국 아브라함의 씨를 통해 세상만민을 구속코자 하신 하나님의 영원하신 뜻이 이스라엘을 부르시고 선택하는 것으로 점진적 발전을 이룬 것이다. 즉 아브라함과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영원하신 뜻과 목적을 구현키 위해 선택된 구속사의 중요한 도구였다.²⁷ 그러므로 시내산 언약은 이스라엘이 아브라함 안에서 전부터 갖고 있었던 언약을 이제 ‘하나의 국가’ 형태로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십계명이 그 언약의 기본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물론 십계명이 하나님의 언약 그 자체는 아니다. 이는 언약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세부사항, 즉 이스라엘이 지켜야 할 언약의 규정들이라 할 수 있다.²⁸

그러면 시내산 언약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언약의 본질은 언약 서문에서부터 잘 나타난다(출 19:5, 6).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다는 것이 본질이다. 즉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소유가 되며, 하나님은 그들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것이 언약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율법을 그 근간으로 삼고 있는 시내산 언약도 결국 행위 언약 체제가 아니라 은혜 언약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을 열국 가운데서 구별시켜 선민으로 부르신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이기 때문이다.²⁹

그래서 하나님은 시내산 언약의 제 1정신으로 ‘너희는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³⁰고 천명하고 있다. 이는 언약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실천 사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시내산에서 하나님은 구속사의 맥락에서 이스라엘에게 율법을 주셨다. 그래서 대표적 율법인 십계명도 하나님 자신을 이스라엘의 구속자로 언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즉 십계명은 애굽의 종노릇하던 이스라엘을 구원해 낸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르치는 계명이다. 특히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오직 하나님만을 사랑하고 섬기도록 명하셨다.³¹

이는 하나님 자신이 ‘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출 20:5)이라고 하신 말씀 속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하나님의 질투란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을 향하여 가지고 계신 강렬하고 절대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이 하나님의 사랑은 오직 그의 백성의 온전한 사랑에 의해서만이 보답되어 질 수 있다.

이것이 광야 언약의 본질인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이 귀한 언약은 이스라엘의 죄악으로 인해 무너지고 만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더 이상 ‘암미’(나의 백성)가 아니라 ‘로암미’(나의 백성이 아니다)가 된다.³²

그러나 하나님은 다시 선지자들을 통해 일방적인 은혜로 언약을 갱신하실 것이며, 그리스도의 새 언약 안에서 온전히 성취될 것을 선포하신다(호 1:10-2:1; 사 43:20, 21). 이 부분에 대해서는 Ⅳ. 남은 자 사상과 언약의 갱신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내산 언약과 선지자적 약속도 신약 교회 안에서 온전히 성취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사도 베드로가 증거 하기를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너희가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니라.”(벧전 2:9, 10)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었던 이방인과 죄로 인해 그 지위를 상실했던 유대인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를 이루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연합된 것이다.

바로 그들에게 새 이름이 ‘암미’(나의 백성)이다. 그들은 그리스도 밖에 있었고, 이스라엘 나라 밖에 있었다. 또한 약속의 언약들에 대하여는 외인이요, 세상에서 소망이 없는(엡 2:12) 이방인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외인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이 거하시는 전으로 함께 지어져 가는 하나님의 권속(엡 2:19)이 된 것이다.

예수님과 연합한 순간 하나님의 모든 약속에 대해서 언약적 상속자가 되고, 이스라엘의 한 일원이 된 것이다.

구약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만 사용되었던 그 아름다운 용어들이 사도들에 의해 신약 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것으로 선포되었으니 이는 결코 용어 남용이 아니다.

‘택하신 족속’, ‘거룩한 나라’, ‘소유된 백성’이란 말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될 때까지 다만 구약 계시 속에서 심화되고 강화된 언약 관계를 나타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시내산 언약을 통해 하신 언약의 본질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될 교회를 향한 메시지였다.

 

B. 성막에 나타난 신약적 예표

광야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언약의 말씀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성막을 주심으로 그들 가운데 임재 하셨다.

앞에서 살펴본 시내산 언약의 핵심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리라는 것이다. 이 언약적 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그들 가운데 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막의 목적이 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그들 중에 거할 성소를 그들이 나를 위하여 짓되 무릇 내가 네게 보이는 모양대로 장막을 짓고 기구들도 그 모양을 따라 지을지니라.”(출 25:8, 9)

하셨다. 

자기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은 이제 그가 친히 백성 가운데 거하시기를 원하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함에 대해서는 진노하시지만 그는 근본 사랑의 하나님이시며, 그의 백성들과 늘 함께 하시고 교제하길 원하시는 분이다.

하나님은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성막에 대한 양식을 지시하시되, 지성소에 위치할 법궤로부터 바깥 번제단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설명하셨다(출 25-27; 30장). 또한 성막에서 하나님을 섬길 제사장 직분에 대해서도 상세히 지시하셨다(출 28, 29장).

성막에는 세 구역이 있는데 즉 지성소, 성소, 바깥뜰이다.

지성소에 있는 법궤와 바깥뜰의 번제단은 하나님의 두 가지 절대 속성을 보여준다. 법궤는 공의와 심판을 이루는 장소이다. 여기에 상징된 하나님은 무오하시고 절대 의로우사 죄를 반드시 심판하시는 분이다. 반면 바깥뜰에 있는 번제단은 자비와 사랑이신 하나님을 나타낸다. 즉 범죄한 인간이 처음으로 당도하여 죄 씻음을 받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³⁴

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구원과 심판이라는 두 속성과도 이어진다.³⁵

성막이 갖는 큰 의미는 첫째, 하나님의 거룩하심으로 말미암아 죄인인 우리 인간이 더 이상 나갈 수 없는 선이 있다는 것을 제시하셨다. 둘째,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길이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로 열렸다는 것이다.³⁶

성소와 지성소 사이에 있는 성막의 휘장은 하나님의 임재의 영광을 가리고 있었으나 하나님께서는 자기에게 나아오는 길을 그 백성 가운데 제공하셨다. 하나님께 예배하기 원하는 자는 성막 바깥뜰로 들어가 번제단에 자기가 가져온 희생 제물을 드릴 수 있게 하셨다.

물론 일반 백성에게 직접 성소나 지성소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성소는 제사장들이 들어가 하나님 섬기는 예법을 매일 행했고, 지성소에는 대제사장만이 일 년에 한 차례 속죄일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

휘장에 의해 둘로 나뉜 성막에 내부의 안쪽은 지성소, 바깥쪽은 성소로 불리웠는데 지성소 안에는 언약궤가 보관돼 있었다.

이 법궤 안에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요구하신 최고의 법이 기록된 십계명이 간직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율법을 온전히 지킬 수 없어 유일한 소망은 죄를 위한 희생에만 의존했다.

아론의 싹 난 지팡이도 법궤 안에 있었으니 아론은 하나님과 인간을 중재하는 대제사장이었다. 또한 법궤 안에는 만나 항아리 즉 하나님이 광야에서 자기 백성에게 친히 주신 생명의 양식이 보관되었다.

법궤는 속죄소에 의해 드리워졌는데 이 속죄소는 하나님이 인간과 함께 하시는 중요한 곳이다. 여기서 하나님의 두 속성 즉 하나님은 심판과 공의의 하나님이심과 동시에 자비와 사랑의 하나님이심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

결국 하나님은 성막을 통해 거룩하신 하나님을 제시하셨고 그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셨다. 그리고 이 성막의 의미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 실체가 나타남으로 완성되었다.

성막은 하나님이 인간을 만나기 위해 오신 상징적인 장소였다. 이는 곧 신성과 인성을 겸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의 모형이다.³⁷ 이에 대해 히브리서에는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나니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로운 살 길이요 휘장은 곧 그의 육체니라 또 하나님의 집 다스리는 큰 제사장이 계시매 우리가 마음에 뿌림을 받아 악한 양심으로부터 벗어나고 몸은 맑은 물로 씻음을 받았으니 참 마음과 온전한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자”(히 10:19～22)고 기록되었다.

피 뿌림을 당하기 위해 희생당한 어린양도 예수 그리스도이셨고, 피 뿌림을 행한 대제사장도 그분이셨다. 그의 몸은 찢겨진 휘장이시며, 그분은 법궤가 상징하는 하나님의 언약의 성취자이셨다.³⁸

그러므로 성막은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미리 비춘 그림자이며, 그리스도는 성막의 궁극적 목적을 이루신 완성자이시다. 요 1:14은 그리스도와 성막의 대등점을 지적하셨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그리스도께서 인간 가운데 거하시는 성육신의 사실은 구약의 성막에 대한 하나님의 목적에 완전히 상응한다.³⁹

“내가 그들 중에 거할 처소를 그들을 시켜 나를 위하여 짓되”(출 25:8)라고 모세에게 하신 성막에 대한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이 인간의 형체를 입어 인간 가운데 거하실 것을 미리 나타내신 것이다.⁴⁰

곧 참되고 영원한 성막은 성육신하신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다. 단지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던 구약의 성막이 오직 하나님 그분이 친히 임마누엘 하심으로 그 실체를 보이신 것이다.

그러므로 광야에서 모세에게 보이신 성막은 솔로몬에 의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취된 것이다. 즉 모세의 성막과 솔로몬의 성전은 실체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모형적 예표였던 것이다.

성막의 또 하나의 상징적 의미는 신자를 가리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 가운데 거하시고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 있기 때문에 그는 하나님 안에 거한다. 예수님은 그 안에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는 성막이요(골 2:9), 신자는 그분 안에 거하는 자들이다.⁴¹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자들의 직임에 대해 바울이 말하기를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엡 2:21, 22)고 하였다.

성막의 의미를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구약의 성막은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미리 반영한 것은 물론이요 그리스도 안에 거하고 또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 거하시는 신자들을 나타낸다.

율법과 성막은 둘 다 시내산에서 하나님이 그의 백성에게 주신 구속의 언약이다. 그리고 양자 모두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만이 성취되었음을 살펴보았다.

광야 언약을 그 자체로만 단편적으로 보면 혈통적 이스라엘에게만 국한되는 언약으로 보기 쉽다. 즉 하나님이 유대인들의 직접적 사용만을 위해 예정된 통치체계를 부여하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⁴²

그러나 상기 논술한 바와 같이 광야 언약도 결국 하나님의 구속사적인 영원한 목적과 뜻에 대한 점진적이며 진보적인 계시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 즉 광야 언약은 아브라함 언약의 결정적인 진보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를 준비하는 가장 적절한 구조였던 것이다.⁴³

 

Ⅴ. 다윗에게 주신 언약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약 공식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의 되리라”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과 아브라함의 대화 가운데서도 나타났고(창 17:7), 출 6:7과 모세오경 여러 곳에도 명시되었다.

그리고 왕정 시대에 들어서 하나님께서 다윗과 계약을 맺으실 때도 이 계약의 대전제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본 장에서는 모세에서 다윗으로 연결되는 구속사의 과정과 다윗에게 임한 하나님의 언약을 중점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광야 언약의 주인공 모세가 가나안 목전에서 죽자 가나안 정복 역사는 그의 뒤를 이은 여호수아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가나안에 들어간 이스라엘은 시내산 언약의 첫 수납자가 아니다. 출애굽한 원 백성 가운데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모든 자가 광야에서 엎드러졌다. 이는 하나님과 그들 가운데 세워진 언약에 대한 하나님의 요구를 그들이 버렸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원하신 믿음과 순종을 드리지 않은 그들의 패역함이 그들을 약속의 땅 밖에서 죽게 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은 결코 패하여질 수 없기에 여호수아를 비롯한 새로운 백성들 가운데 그대로 이뤄져 마침내 이스라엘은 가나안을 정복하고 사사시대를 맞는다.

사사시대는 하나님의 계속적인 은혜로 사사들에 의해 통치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잠시 잠간 구원의 때만 넘기면 가나안의 우상과 패역함에 젖어 죄악 되기 그지없었다. 무법과 무정부 상태의 사사시대를 한 마디로 표현한 글이 있으니 “그때에 이스라엘의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그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 하였다. 사사시대는 우상숭배와 축첩과 강간과 골육상쟁으로 멍들었던 시대이다.⁴⁴

이런 시대 가운데 마지막 사사로 등장한 인물이 사무엘이다. 그는 사사시대와 왕정시대를 연결하는 과도기의 주역을 담당한 인물이다. 그는 왕정의 설립자로서 이스라엘 첫 두 왕 사울과 다윗에게 기름 부은 사람이다(삼상 10:1; 16:1).

또 라마에 선지 학교를 세워 영적 부흥에 주력하여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신앙 회복 운동을 편 위대한 선지자였다.⁴⁵

그러나 이스라엘은 눈에 보이는 왕을 구한다. 하나님께서 그 날까지 그들과 함께 하지 않은 적이 없건만 배은망덕한 이스라엘은 눈에 보이는 왕이 자신들을 통치하여 적으로부터 건져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이에 사울이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세움 받는다. 그러나 그의 불순종은 하나님의 진노를 사 결국 그를 세우신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된다(삼상 15:23).

사울의 뒤를 이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왕이 바로 다윗이다(삼상 16:12, 13). 하나님은 다윗과 함께 하사 그가 가는 곳마다 승리를 주셔서 통일 이스라엘을 이루게 하셨다. 다윗은 자기 궁전을 지은 후 하나님의 법궤가 아직 장막에 있는 것을 민망히 여겨 하나님을 위해 성전을 짓고자 소원했다. 이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다윗에게 임한 언약이었다.⁴⁶

“네 집과 네 나라가 내 앞에서 영원히 보전되고 네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 하셨다 하라”(삼하 7:16)

하나님을 위해 집을 짓겠다는 다윗에게 하나님은 오히려 그분이 다윗을 위해 집을 짓겠다고 하셨다. 또한 그 위를 영원히 보전하여 견고케 하리라 약속하셨다.

그리고 또 말씀하시기를 “내가 거기서 다윗에게 뿔이 나게 할 것이라 내가 내 기름을 부은 자를 위하여 등을 예비할 것이라”고 하셨다(시 132:17).

여기서 ‘예비 될 등’은 ‘다윗의 아들’을 가리킨다.

그러면 다윗의 위를 영원히 보전하며 견고케 할 아들은 누구를 가리키는가? 문자적으로 보면 그의 뒤를 이은 솔로몬을 지칭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솔로몬의 왕위는 영원히 견고한 위가 아니었다. 솔로몬 통치 말기, 수많은 우상에게서 돌이키지 않은 그를 징계하신 하나님은 그의 나라를 그의 신복 여로보암에게 빼앗기게 하셨다(왕상 11:9～13).

그러나 다윗에게 하신 약속을 기억하사 한 지파는 남겨 놓으셨으니 결국 그의 아들 르호보암 때 이스라엘은 남, 북으로 나뉘어 두 체제를 갖게 된다.

분열 왕국 이후에도 우상숭배와 인본주의의 죄악에서 벗어나지 못한 북 왕국은 B.C 722년 앗수르에 의해 패망한다. 그리고 남쪽 유다마저도 B.C 586년 바벨론에 의해 짓밟히고 만다.⁴⁷ 즉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난 지 약 1500년 후에 그의 후손은 이방의 포로가 되어 옛 고토인 갈대아 땅에 끌려가게 되었고 일부는 많은 수난을 겪고 출애굽 했던 그 땅을 다시 제 발로 찾게 되었다.⁴⁸

포로기 이후에도 북 왕국은 더 이상 회복되지 않고, 남쪽 유다는 70년 만에 예루살렘으로 귀환한다. 그러나 사실상 독립된 국가 형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왕의 개념은 가질 수 없다.⁴⁹

그러면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하신 영원히 견고한 나라에 대한 언약은 어찌 되는가?

이 문제를 푸는데 열쇠가 되는 말씀이 있으니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하신 말씀에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보라 때가 이르리니 내가 다윗에게 한 의로운 가지를 일으킬 것이라 그가 왕이 되어 지혜롭게 다스리며 세상에서 정의와 공의를 행할 것이며 그의 날에 유다는 구원을 받겠고 이스라엘은 평안히 살 것이며 그의 이름은 여호와 우리의 공의라 일컬음을 받으리라”(렘 23:5, 6)

이 말씀이 임했던 당시 유다의 상황은 더 이상 아무런 소망도 가질 수 없는 비참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유다의 등불이 꺼져가는 그 순간 하나님은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한 새로운 왕에 대한 비전을 주셨다. 이 왕은 다윗 계열의 한 가지로 나서 공평과 정의로 다스리며 둘로 나뉜 유다와 이스라엘을 하나로 연합하여 평강으로 다스릴 것이라는 약속이다.

이 다윗의 후손에 대한 약속이 사 11:1～5에도 나타나 있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 그 뿌리에서 난 ‘한 가지’는 다윗의 후손으로 곧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여호와의 지혜와 총명과 모략과 재능의 신이 그 위에 강림하시리니 그는 여호와를 경외함으로 즐거움을 삼을 것이라고 선지자는 노래한다. 또한 그는 공의와 성실로 띠를 삼으실 왕 중의 왕이시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나라는 바로 약속된 그리스도의 나라이다.⁵⁰ 하나님은 다윗에게 하신 이 언약을 지키시기 위해 그 어두운 시대 가운데서도 다윗의 등불을 끄지 않고 지켜 오셨으며 세속사의 멸망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오시는 길을 끊지 않으셨다.

물론 다윗 언약 속에 나타난 왕의 개념은 문자적 개념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문자대로 이스라엘의 정치적 왕이 된 것이 아니라 새 이스라엘의 영적 왕이셨기 때문이다.⁵¹

유다 왕정사의 종말을 통해 하나님은 이미 다윗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왕이 세속적 개념이 아님을 보여 주셨다. 왕정 통치는 처음부터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왕을 요구하는 이스라엘에게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 (삼상 9:7)고 말씀하셨다.

창세부터(창 3:15) 자기 백성에 대한 원대한 구속을 약속하신 하나님은 세속적인 왕을 구하는 이스라엘에게 왕정 통치의 고통을 철저히 맛보게 하셨다(삼상 9:10～18).

이스라엘 왕정사의 멸망은 이스라엘 가운데 사람이 구원자가 될 수 없다는 위대한 메시지를 남겼다. 즉 하나님이 자신의 구속사를 위해 보내실 그리스도에 의해서 만이 구원의 역사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⁵² 하나님이 다윗에게 하신 약속이 그리스도에 대한 것이었음을 예수님 자신도 친히 증거 하셨다. 예수님은 자신을 일컬어 ‘다윗의 주’, ‘다윗의 자손’이라 칭하셨다. 이는 그분이 다윗 언약의 성취자로 오신 이임을 친히 증거 하신 것이다.

신약 성경은 예수님을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이라고 수 없이 소개하고 있다(마 1:1; 눅 1:32, 33; 막 11:9, 10; 행 2:30; 행 13:34; 계 22:1 등).

신약 성경은 맨 첫 부분에서 그리스도가 바로 다윗 계열의 왕임을 소개하고(마 1:1), 계시록 맨 끝장에서 다시 그리스도께서 친히 자신을 가리켜 ‘다윗의 뿌리요 자손’이라 증거 하신다(계 22:16). 즉 신약 성경 자체가 다윗의 주이신 예수님께서 또한 다윗의 후손이 되심을 분명히 증거하고 있다.

이로써 하나님이 다윗과 맺은 언약은 마침내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 그리스도에게서 성취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교회와 천국이 곧 약속된 영원한 나라이다.⁵³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아브라함 언약이 천하 만민에게 복을 주실 그리스도를 미리 내다 본 것처럼, 다윗에게 주신 언약은 견고한 나라를 이루실 만왕의 왕 예수 그리스도를 예고한 것이다.

그 언약대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세계가 이루어졌으니 이는 곧 신약의 교회이며 더 나아가 장차 임할 하나님의 나라이다.

Ⅵ. 남은 자 사상과 언약의 갱신

A. 구약에 나타난 남은 자 개념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선택적 사랑은 자신의 장자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호 1:10; 11:～3, 사 45:10 이하; 46:3 이하; 64:8; 렘 3:14, 19; 31:9), 또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으로(호 1～3장; 사 50:1 등) 묘사 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하나님의 사랑을 거절하고 마침내 다른 신들을 택하는 영적 간음과 패역을 행했다(삿 5:8).

간음한 아내는 돌로 쳐 죽이며(겔 16:40), 패역한 아들은 내쫓김을 당해야 마땅하다(호 12:24; 13:3). 아름다운 포도원은 황폐케 되어 질 것이며(사 5:5, 6), 심기운 포도나무는 뽑혀 불태워질 것이다(겔 19:1～14; 시 80:12～16). 성전을 가득 채웠던 하나님의 영광은 성전을 떠나고(겔 10:18; 11:23), 하나님의 백성으로 선택받은 이스라엘은 더 이상 하나님의 백성일 수 없다(호 1:9).

이러한 부정적인 현상은 하나님의 진노를 불러 일으켜 출애굽한 한 세대가 광야에서 멸절 당하기도 했다. 또한 전쟁, 질병, 기근 등의 재앙이 약속의 땅을 휩쓸어 끊일 날이 없었다. 파멸의 불길이 하나님의 도성을 삼켜 버리니 하나님의 백성은 열방 가운데 포로가 되어 개처럼 끌려가게 되었다.⁵⁴

그러면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선택은 실패하신 것인가? 아브라함에서 다윗으로 이어 왔던 그 신실하신 언약들은 그 효력을 상실하여 무효가 되고 말았는가?

하나님의 그 선하시고 기뻐하시는 구속의 계획이 실패할 수 있단 말인가?

심판의 폭풍이 구약 안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을 때 이런 질문들은 선지자들에게 압도적인 논쟁점이 되었다. 실로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주권을 계속 선포해야만 했기에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게 대두되었다.

하나님은 그분의 절대 주권적 의지로 자유로이 선택하셨기에 또한 그분의 자유대로 버리실 수도 있다.⁵⁵ 질그릇을 만드는 토기장이는 그 만든 그릇을 자유로이 깨뜨릴 권리가 있다(사30:14). 어느 누구도 그의 손을 멈추거나 그의 권리에 의문을 제기 할 수가 없다. 하물며 음녀 같고 패역한 탕자에 대해 영원한 진노를 내린들 그것이 어찌 불의가 될 수 있겠는가?

하나님과의 언약을 스스로 업신여기고 돌아선 그들에게 언약이 그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한들 그것이 어찌 하나님의 책임인가?

그러나 하나님의 언약은 결코 폐하여지지 않았다. 이는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는 구속의 계획이 결코 실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 그의 언약을 일방적인 은혜로 지키게 하셨다.

이 사실이 하나님의 충만한 계시의 조명 속에서 사도 바울에 의해 반복하여 부연되고 있다(롬 9～11장). “아브라함의 씨가 다 그의 씨가 아니라 오직 이삭으로부터 난 자라야 네 씨라 칭하리라”(롬 9:7). 이 말씀에서부터 바울은 하나님의 선택적 사랑으로 참 백성과 거짓 백성이 구분됨을 설명한다.⁵⁶

이는 사실 족장사의 일관된 주제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가인이 아니라 아벨을, 야벳이 아니라 셈을, 이스마엘이 아니라 이삭을, 에서가 아니라 야곱을 선택하셨다.

하나님의 선택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참 백성과 거짓 백성을 구분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이 곧 ‘남은 자’의 개념으로 연결되어 나타난다.⁵⁷

‘남은 자’와 뒤에 살펴본 ‘언약 갱신’,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하나님의 선택은 결코 실패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가끔 유보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확실한 것이며 결국 일점일획도 빠지지 않고 모두 성취된다.

하나님은 ‘남은 자’들을 통해 ‘언약 갱신’을 이루사 하나님의 약속이 결국 충만함으로 실현되게 하실 것이다(롬 11:11, 12, 26, 27).

이 남은 자의 원리는 구약 성경 전반에 걸쳐 나타난 위대한 사상이다.⁵⁸ 요셉은 자신의 사역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였고(창 45:7), 여호수아와 갈렙은 출애굽 세대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이다.

그러나 ‘남은 자’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은 선지서에서 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두 다리나 귀 조각’을 건져내게 될 것을 기록한(암 3:12) 선지자 아모스의 글도 하나님의 징벌과 함께 남은 자 사상이 가장 큰 주제이다(암 5:15; 9:8, 11).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일으키고자 하셨기에(암 9:11) 야곱 집을 전멸치 않고 ‘요셉의 남은 자를 긍휼히 여기시므로’(암 5:15) 그 일을 이루실 것이다. 즉 선지자 아모스는 그 백성을 향해 심판을 준비하시는 하나님을 보면서 동시에 남은 자를 통해 그들을 새롭게 하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⁵⁹

이는 선지자들의 공통된 관점이다. 하나님은 그의 종들을 통해 범죄한 백성을 향한 심판의 메시지와 함께 남은 자를 통한 새 역사를 선포하셨다.

“스알야숩, 남은 자가 돌아오리라”(사 7:3)고 선포했던 선지자 이사야의 글도 남은 자 사상이 중심 메시지 중 하나이다(사 1:9; 6:13; 10:20～22; 11:11, 16; 17:6, 28:5; 37:31, 32; 51:11 등).

특히 사도 바울이 로마서에서도(9:27) 인용했던 사 10:22 “이스라엘이여 네 백성이 바다의 모래 같을 지라도 남은 자만이 돌아오리라”는 말씀, 이는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하셨던 언약이 이스라엘 전체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자에게만 적용됨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언약의 수납자인 남은 자는 이스라엘 민족 중의 남은 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만민의 증거’요, ‘만민의 인도자와 명령자’(사 55:4)로 세우신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자들을 지칭한다.⁶⁰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알지 못하는 나라를 부르사 그들이 이스라엘과 연합하여 하나님의 새 백성이 되게 하셨다(사 55:5). 그리고 그들에게 약속하시길 “내가 너희에게 영원한 언약을 세우리니 곧 다윗에게 허락한 확실한 은혜니라”(사 55:3)고 하셨다. 이 남은 자는 결국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질 새 이스라엘이다(사 65:17～19).⁶¹

남은 자 사상이 잘 나타난 또 다른 선지서로 미가서를 들 수 있다.

“야곱아 내가 반드시 너희 무리를 다 모으며 내가 반드시 이스라엘의 남은 자를 모으고 그들을 한 처소에 두기를 보스라의 양 떼 같이 하며 초장의 양 떼 같이 하리니”(미 2:12)

하나님은 모든 것을 빼앗긴 채 통치자들의 억압 속에 있는 백성들에게 그 남은 자들로 하여금 회복시킬 것을 말씀하신다. 이는 야곱의 혈통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남은 자’ 전부를 가리킨다(암 9:9; 롬 9:27; 11:5)⁶². 이는 바벨론에서의 역사적 해방도 포함되지만 장차 메시야로 말미암아 이루어질 구원에 대한 예표적 모형이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마침내 “온 이스라엘(영적인 남은 자 전부)이 구원을 얻으리라”(롬 11:26)고 했다.⁶³

본 절의(미 2:12) ‘한 처소’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예언한 말로 보인다.⁶⁴ 미가서에 예언된 남은 자 사상은 아주 명확하게 ‘메시야의 약속’으로 연결되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2:12, 13 ; 4:6, 7; 5:2～4; 7:18, 19).⁶⁵

또한 에스겔은 ‘남은 자’들을 완전히 멸절시키지 말아달라고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겔 11:13). 물론 여기서 남은 자는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자들과 동일시된다(겔 11:14～21; 렘 24:4～10). 그들은 연단을 받으면서 정결케 된다(호 2:14, 15 ; 5:15 ; 6:3 ; 렘 3:12～13).

특히 호세아에서는 남은 자에 의해 회복될 새 이스라엘에 대한 개념이 강하게 등장한다(1:10～2:1; 2:21～23).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자에 이미 사도 바울이 인용한 글(롬 9:27)을 통해서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의 수가 바닷가의 모래 같이 되어서 측량할 수도 없고 셀 수도 없을 것이며 전에 저희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내 백성이 아니라 한 그곳에서 저희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사신 하나님의 자녀라 할 것이라”.

이는 하나님께서 남은 자들을 통한 새 역사를 이루실 것을 선포하신 말씀이다. 남은 자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은 포로 후기 선지자들에 의해서도 계속된다(슥 8:11, 12; 9:7; 13:9; 14:16).

특히 스가랴서 후반부는 거의 남은 자와 그리스도의 나라에 대한 예언으로 가득 차 있다. 하나님은 은, 금과 같이 연단되고 정케 되어 남은 자를 ‘내 백성’이라 부르며, 그들에 의해 ‘여호와는 내 하나님’이시라 불리울 것을 말씀하셨다(슥 13:9). 이는 호세아 선지자도 예언한 진리로(호 2:22, 23) 사도 바울은 이를 회개한 이방인에게 적용했다 (롬 9:24, 25).⁶⁶

또 슥 14:16에서는 이방 백성들 중에 많은 남은 자들이 있어 그들이 감사하며 주께 돌아와 축복을 누릴 것을 예언했다. “예루살렘을 치러 왔던 열국 중에 남은 자가 해마다 올라와서 그 왕 만군의 여호와께 초막절을 지킬 것이라”. 예루살렘을 치러 온 원수들 중에도 ‘남은 자’가 있을 것을 말씀하시는 본 절은 하나님의 택한 백성 즉 ‘남은 자’가 세계 어디에나 있음을 보여준다.⁶⁷

남은 자에 대한 선지자들의 예언은 그 외에도 수 없이 많다(렘 23:3, 31:7～9; 욜 2:32; 옵 1:14; 합 2:8; 습 2:7～9; 3:13 등).

남은 자를 통해 회복의 역사를 이루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선지자 호세아는 증거 하기를 “에브라임이여 내가 어찌 너를 놓겠느냐 이스라엘이여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내가 어찌 너를 아드마 같이 놓겠느냐 어찌 너를 스보임 같이 두겠느냐 내 마음이 내 속에서 돌이키어 나의 긍휼이 온전히 불붙듯 하도다”(호 11:8～10)라고 하셨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심판하신다면 소돔과 고모라 같이, 스보임과 아드마 같이 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와 사랑이 그 온 마음에 불붙듯 하여 결코 버릴 수 없으신 간절한 사랑이다.⁶⁸

구약의 남은 자 사상은 무너져 버린 다윗 왕국을 새 소망 가운데 메시야의 왕국으로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남은 자들의 회복에 대한 예언은 언약 갱신과 남은 자의 새 모습에 도달한다.

 

B. 언약 갱신과 새 언약

남은 자의 원리는 ‘언약 갱신’이라는 필연적이고 새로운 역사를 낳는다. 즉 흩어져 남은 자들이 다시 모아지고 그들 안에 하나님의 언약이 갱신된 것이다(겔 11:17).

물론 언약 갱신의 개념은 포로기 이전의 역사 속에서도 등장한다. 모세가 가나안 입성 직전에 언약을 갱신한 것이 신명기에 기록되었고,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을 인도하는 동안에도 두 차례의 언약 갱신이 나온다(수 8:30～35; 24:1～8). 그 외에도 사무엘(삼상 11:14～21:25), 요시야(왕하 23장, 대하 35:1～19), 히스기야(대하 29:3～31:11) 때에도 각각 언약이 갱신되었다.⁶⁹

그러나 언약 갱신의 개념은 역시 포로기 이후 역사 속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질 새 언약과 연결된다.

하나님께서는 남은 자들을 회복하사 마치 골짜기에 가득한 마른 뼈들이 군대로 부활케 되는 것과 같게 하실 것이다(겔 37:12). 하나님은 그들의 굳은 마음을 제하시고 부드러운 마음을 주셔서(겔 11:19; 36:26), 그들과 언약을 맺으실 것이다(겔 11:20; 14:11; 16:60, 61; 20:37; 34:25; 36:28; 37:26). 선지자 에스겔로 하신 이 모든 예고가 예레미야에 의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하나님은 이를 ‘새 언약’이라 칭하셨다(렘 31:31).

새 언약에 대해 살펴보면(렘 31:32～34) 첫째, 새 언약은 구약의 언약들 위에 세워졌으며, 그 언약들이 갱신되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⁷⁰ 그러나 새 언약은 단순히 옛 언약의 집약이 아니다. 그것은 의문에 기록된 법이 아니라 마음에 기록된 법이며, 무엇보다도 새 언약은 마지막 언약이며 영원한 언약의 완성이다(히 8:8-12). 둘째, 새 언약의 핵심은 “나는 너희에게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리라”는 것이다. 이는 구약에 나타난 모든 언약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핵심 메시지이다. 셋째, 새 언약은 ‘이스라엘과 유다 집’에 세우신 언약이다. 이는 이방인까지 포함한 하나님의 모든 택한 백성을 대표하는 명칭이다. 즉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 질 신약의 교회를 의미한다.⁷¹ 그러므로 새 언약의 언약 대상자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신자들이다. 넷째, 온전한 죄 사함을 주시는 새 언약의 효력이다. 새 언약에 나타난 죄 사함의 능력은 완전하며 영원하다. 이는 새 언약의 중보자가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 제사장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영원하신 그리스도께서 대제사장이 되사 그의 피로 언약을 세우셨으니 새 언약이 믿는 자들에게 완전한 죄 사함과 구원을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새 언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약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리스도, 그분은 성자 하나님으로서, 성부, 성령 하나님과 함께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시며 아브라함과 다윗 언약의 성취자이시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는 마지막 아담으로서 새 인류의 대표자이시다. 그리고 그는 친히 자신이 완전한 제물이 되사 모세 언약을 성취하시고 새 언약을 이루셨다.

그러면 이 새 언약 안에서 구약의 예언들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가? 열국 가운데 흩어져 있는 이스라엘의 남은 자, 곧 알곡은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요(암 9:9), 생명책에 기록된 사람들은 남을 것이고 죽음에서 소생케 될 것이다(사 4:3).

하나님께서는 새 언약 안에 있는 당신의 백성들에게 언약의 모든 것을 보장해 주신다. 그들을 대적할 자가 없으며(미 5:7～9) 땅의 소산을 즐기며(사 4:2) 여호와의 심으신 나무가 되어 아래로 뿌리를 박고 위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사 37:31).

이 위대한 새 언약에 대한 약속은 포로에서 귀향한 남은 자들 안에 계속하여 되풀이 되었다(슥 13:1, 2; 14:20, 21; 말 3:1～3). 선지자 스가랴를 통해 말씀하신다.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 날에 내가 우상의 이름을 이 땅에서 끊어서 기억도 되지 못하게 할 것이며 거짓 선지자와 더러운 귀신을 이 땅에서 떠나게 할 것이라”(슥 13:1)는 하나님의 약속은 새 언약 안에서 이루어질 죄 사함을 의미한다.

특히 슥 14:20에 기록된 “그 날에는 말방울에까지 여호와께 성결이라 기록될 것이라”는 말씀은 그리스도에 의한 완전한 성화를 의미한다.⁷²

이 모든 언약의 성취가 새 언약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으니 그 결과적 산물이 신약 교회이다.

이상을 통해 약속되어진 언약 갱신의 영광이 바로 구약을 이루는 주제임을 알 수 있다. 창세부터 하나님의 약속은 메시야를 통한 구속사의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선지자들의 모든 약속도 ‘최후의 날’에 이루어질 그 총체적이고도 궁극적인 성취에 예언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후의 날’은 곧 초림과 재림을 포함한 그리스도의 날이다. 이는 모세를 비롯한 구약의 모든 선지자들이 예비한 ‘오실 그이의 날’이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당시 타락한 백성에 대한 심판을 경고하면서 동시에 저 멀리 오시는 메시야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파수꾼이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날’에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주시고자 하셨던 궁극적인 축복이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안식년의 패턴이 모든 빚이 탕감되고 모든 죄인이 해방되어 자신의 기업을 회복하는 희년에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처럼, 하나님의 구속사 안에서도 여호와께서 은총을 베푸시는 해인 구속의 희년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도래하여 완성되는 것이다.⁷³

새 이스라엘은 상징적인 죽음인 바벨론 유수에서 뿐만 아니라 죄로 인한 영적 죽음에서도 다시 일으켜 세워진 것이다(겔 37:14). 하나님의 모든 언약적 축복은 충만한 성령 강림을 통해 주의 이름으로 확약된다(사 59:21; 겔 36:27; 39:29; 욜 2:28).

이스라엘 회복의 완전성은 구약 언약의 성취를 말해주고 있다. 이스라엘 가운데 성전이 다시 세워지고(사 2:2～4; 겔 40:2), 희생제물이 다시 회복하게 될 것이다(미 4:1～3; 사 66:23; 45:14; 슥 14:16～19).

그러나 이 예언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혈통적 이스라엘에게 문자적으로 성취될 약속이 아니라 영적 이스라엘, 곧 새 이스라엘인 교회 안에 주신 약속이다. 그러므로 이 회복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바로 최종적 언약 갱신이다. 즉 옛 언약은 궁극적 회복을 통해 새 언약이 되는 것이다.⁷⁴

 

Ⅶ. 신, 구약 교회와 그리스도

교회의 본질과 소명에 관한 구약의 가장 명확한 증거가 출 19:6; 사 43:20, 21; 호 1:6～9; 2:1에 기록되었다. 이 구절들은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구약의 가르침을 일목요연하게 집결시켜 놓았고, 또 그 구절들이 신약의 교회 속에 성취되었음을 신약 성경은 선언한다(벧전 2:9, 10).

가장 근본이 되는 구절은 출 19:6인데, 이는 이미 시내산 언약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언약에 의해 광야 교회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광야 교회는 왕정 시대와 포로기, 포로 이후의 역사 속에 어떤 형태로 계승 발전되었는가도 이미 앞부분에서 살펴보았다.

결국 구약의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새 언약 앞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이 새 언약의 중보자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탄생된 것이 바로 신약 교회이다.

수많은 선지자들이 이미 새 언약의 대상을 혈통적 이스라엘의 남은 자로 보는 게 아니라 이방의 신자가 포함된 새로운 공동체로 증거 했다(사 2:2～4; 55:4, 5; 56:3～8; 미 4:1～13; 슥 8:20～22; 10:6). 즉 이방의 버림받은 자들이 하나님의 성산에 인도되어 하나님의 집에 거하며(사 56:6～8), 그들이 드리는 희생 제물과 기도가 하나님의 제단에서 열납될 것이다(슥 14:16～19).

하나님은 그 이방인 중에서 제사장과 레위인을 택하실 것까지 말씀하셨다(사 66:21). 온전히 정결케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가 상상할 수 없이 클 것이므로 하나님께서는 애굽에 있는 제단에서도 하나님께 예배케 하시며 앗수르인들도 경배하러 애굽으로 순례 길을 갈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전에 적이었던 애굽, 앗수르와 함께 언약 백성으로서의 위치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사 19:19～25).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막혔던 담이 이방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인해 무너져 버렸다. 이 놀라운 원리를 깨달은 바울은 롬 9:24에서 하나님의 긍휼의 그릇이 누구인가 증거 한다.

“이 그릇은 우리니 곧 유대인 중에서 뿐 아니라 이방인 중에서도 부르신 자니라”

언약의 성취자로 오신 그리스도를 사이에 두고 양단에 있는 구약 교회인 이스라엘과 신약 교회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과 함께 하심으로(임마누엘) 구약 교회가 탄생했었고, 구약의 약속대로 임마누엘하신 그리스도가 오심으로 신약 교회가 탄생하였다.

즉 하나님의 오심에 대한 구약 언약의 초점은 메시야적 형태에 맞추어져 하나님의 오심은 메시야의 도래와 동일시된다. 오직 그분 안에서 신, 구약 교회에게 주신 하나님의 언약 원리-임마누엘 원리(사 7:14)가 실현된다.

결국 구약의 이스라엘이(구약 교회) 모세, 여호수아, 다윗을 통해 얻은 구원은 신약의 최종 구원의 예표이며 그것은 구원의 완성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다. 예수님이 친히 증거 하시길 “아브라함은 나의 때를 보고 즐거워하였다”(요 8:56), “모세는 내게 대하여 기록하였다”(요 8:56), “다윗은 나를 주라 불렀다”(마 22:45)고 하셨다.⁷⁵

또한 신약 성경도 이를 친히 증거하고 있다. 즉 신약 성경의 증거는 그리스도와 교회 안에서 구약의 모든 약속과 예언들이 성취되었음을 선포한다.⁷⁶

누가는 부활하신 주님에 대해 증거 하기를

“이에 모세와 및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눅 24:27)라 했다. 구약의 모든 약속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취되었음을 이보다 어찌 더 분명하게 전하겠는가?

그리스도는 임마누엘, 언약의 주, 언약의 씨로 오셨다. 그는 하나님이 구약에 약속하신 역사와 그의 백성에게 요구된 율법을 완성하셨다. 그의 사역의 핵심은 구속과 모아들임, 곧 교회를 이루는데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의 비밀이다(엡 3:6, 10). 이방인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교회가 되어 모든 언약의 상속자가 되는 것은 구약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누가 하나님의 새 이스라엘, 교회라 불려질 수 있는가?

그리스도 예수가 구약 모든 언약의 성취자일진대 마땅히 믿음으로 그에게 연합한 자들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약속의 상속자가 아니겠는가?

즉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하나님 앞에 남은 자들이 하나님의 새 이스라엘이다. 그들이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들’로부터 모아졌건, 아니면 본래 ‘백성이 아닌 자들’로부터 모아졌든지 간에 이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으로 하나님의 참 백성이 된 것이다(호 1:9; 롬 9:25 이하).

바울은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만이 아브라함의 씨이며,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갈 3:19). 또한 예전에 이방에 속한 자들이 이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언약 백성이 되고, 이스라엘에게 주신 모든 언약적 약속에 참여한바 된 이 놀라운 사실이 그리스도의 비밀(엡 3:6)이라고 바울은 고백한다.

그리스도 밖에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약속이나 기업은 없다. 왜냐하면 구약 교회에게 하신 모든 약속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고 그분 안에서 신약 교회가 탄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밖에서는 그 어떤 약속도 언약도 잊을 수 없다.⁷⁷

찢기고 갈라진 패역한 세계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하나 되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 그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롬 11:33)

 

Ⅷ. 결 론

창세부터 마지막 선지자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모든 약속과 예언은 범죄한 백성을 구속하며, 그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아 영원히 그들 속에 함께 하신다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약속의 성취자로 오실 ‘여자의 후손’(창 3:15)은 ‘아브라함 씨’(창 13:15; 17:8)로 이어져 ‘이스라엘과 다윗의 씨’(시 89:35, 36), ‘소망의 그루터기’로 계승되었으며, 그는 곧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보았다.

하나님 자신이 친히 임마누엘 하셨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을 구속하여 복을 주시고 그들과 함께 하시고자 한 하나님의 모든 언약과 약속이 성취된 것이다.

구약의 모든 약속은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과 그의 몸 된 교회를 통한 영원한 임재로 집결된다. 예수님은 말씀의 시작이요 마지막이시며 언약의 성취자이시다. 하나님께서 구약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역사하신 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시고 완성코자 하심이다.

결국 구약의 교회 안에 언약들을 주신 그 하나님이 구약의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길을 여시고 신약 교회를 이루셨다. 그러므로 구약 이스라엘과 신약 교회는 전혀 다른 집단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구속역사의 일직선상에 놓인 하나의 교회이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오직 하나의 교회, 하나의 하나님 백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구약 교회의 남은 자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부름 받은 모든 자가 하나의 교회를 이루었으니 곧 새 이스라엘이다.

하나님은 이 일을 이루시기 위해 그 길고 험한 세월을 참으시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역사하사 깊고 놀라우신 경륜으로 하나 되게 하셨다.

그런즉 하나님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사람이 그 어리석음과 완악함으로 나누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구약의 이스라엘과 신약 교회를 하나로 만드신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깊은 구속의 경륜을 찬양하며 부족한 자의 졸고에 함께 하사 끝맺음을 하게 하신 성삼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각  주

 

¹아더 핑크 「하나님의 언약」 김의원 역 (서울 : 기독교 문서 선교회, 1989), p. 7.

²팔마로벗슨 「계약신학과 그리스도」 김의원 역 (서울 : 기독교 문서 선교회, 1991), p. 35.

³핑크. p. 9.

⁴A. M. 핫킨 「모든 성경이 증거하는 그리스도」 유정우 역 (서울 : 교회 연햡 신보사, 1987), p. 17.

⁵윤영탁 「구약신학과 신앙」 (서울 : 엠마오, 1991), p. 11.

⁶박윤선 「성경주석 창세기」 (서울 : 영음사, 1990) p. 197.

⁷S. G. DE. 그라아프 「약속 그리고 구원 : 천지창조에서 가나안 정복까지」 (서울 : 크리스천 서적, 1991) p. 51.

⁸박윤선  p. 107.

⁹박윤선 「성경주석 히브리서」 (서울 : 영음사, 1989) p. 174.

¹⁰핑크 p. 89.

¹¹박윤선 「성경주석 이사야」 (서울 : 영음사, 1982) p. 523.

¹²핑크 p. 103.

¹³박윤선 「창세기」p. 155.

¹⁴카일․델리취 「구약주석 창세기」 김득중 역 (서울 : 기독교 문화출판사, 1981) p. 202.

¹⁵김희보 「구약 이스라엘사」 (서울 : 총신대학 출판부, 1991) p. 67.

¹⁶F. F. 브루스 「구약의 신약적 성취」 (서울 : 생명의 말씀사, 1983) p. 11.

¹⁷박윤선 「구약주석 출애굽기」 (서울 : 영음사) p. 225.

¹⁸핑크 p. 203.

¹⁹로벗슨 p. 152.

²⁰김희보 p. 68-69.

²¹창 26:4

²²창 28:14

²³창 49:8 - 12

²⁴브루스 p. 51.

²⁵E. A. 마튼즈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획과 목적」 김지찬 역 (서울 : 생명의 말씀사, 1990) p. 105.

²⁶W. H. 슈미트 「역사로 본 구약신앙」강성열 역 (서울 : 나눔사, 1988) p. 106.

²⁷브루스 p. 100.

²⁸로벗슨 p. 177-178.

²⁹Ibid p. 179.

³⁰신 6:5

³¹슈미트 p. 113.

³²호 1:9

³³그라아프 p. 346.

³⁴H. F. 데오도르 「성막과 그리스도」 김의장 역 (서울 : 엠마오, 1984) p. 13.

³⁵Ibid p. 14.

³⁶브루스 p. 125.

³⁷G. C. 니드함 「성막에 나타난 그리스도, 이희숙 역」 (서울 : 나단, 1981) p. 108.

³⁸브루스 p. 53.

³⁹니드함 p. 123.

⁴⁰데오도르 p. 19.

⁴¹Ibid p. 20.

⁴²로벗슨 p. 186-188.

⁴³Ibid p. 202.

⁴⁴김희보 p. 180.

⁴⁵Ibid p. 183 .

⁴⁶Ibid p. 210.

⁴⁷S. G. DE 그라아프 「약속 그리고 구원 : 이스라엘의 실패와 신정국가」 (서울 : 크리스천 서적, 1991) p. 51.

⁴⁸김희보 p. 405.

⁴⁹마튼즈 p. 285.

⁵⁰로벗슨 p. 237.

⁵¹F. F. 브르스 「구약사」유행렬 역 (서울 : 기독교 문서 선교회, 1990) p. 79.

⁵²로벗슨 p. 252.

⁵³핑크 p. 293.

⁵⁴김희보 p. 129.

⁵⁵장일선 「구약 신학의 주제」(서울 : 대한 기독교 서회, 1989) p. 91.

⁵⁶에드먼드 P. 클라우니 “이스라엘과 교회”, 윤영탁 역 구약신학 논문집 (5) (서울 : 합동신학원 출판부, 1988) p. 103.

⁵⁷Ibid p. 105.

⁵⁸마튼즈 p. 229.

⁵⁹헤세드 편찬위원회 「헤세드 종합자료 시리즈 19」(서울 : 임마누엘, 1989) p. 551.

⁶⁰박윤선 「이사야」 p. 536.

⁶¹김희보 「구약 미가 주석」 (서울 : 총신대학 출판부, 1987) p. 627.

⁶²Ibid p. 107.

⁶⁴Ibid p. 102.

⁶⁵Ibid p. 100.

⁶⁶김희보 「구약 스가랴 주석(하)」 (서울 : 총신대학 출판부, 1983) p. 269.

⁶⁷Ibid p. 321.

⁶⁸김희보 「구약 호세아 주석」 (서울 : 총신대학 출판부, 1983) p. 343.

⁶⁹브루스 「구약의 신약적 성취」p. 79.

⁷⁰박윤선 「성경주석 예레미야」 (서울 : 영음사, 1991) p. 364.

⁷¹Ibid p. 365.

⁷²김희보 「스가랴」 p. 331.

⁷³핑크 p. 370.

⁷⁴로벗슨 p. 301.

⁷⁵E. 악트마이어. 「구약성경과 복음선포」 장일선 역 (서울 : 대한 기독교 출판사, 1991) p. 100-102.

⁷⁶Ibid p. 109.

⁷⁷로벗슨 p. 22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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