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제사장의 종 하나는 베드로에게 귀를 잘린 사람의 친척이라 이르되 네가 그 사람과 함께 동산에 있는 것을 내가 보지 아니하였느냐 이에 베드로가 또 부인하니 곧 닭이 울더라』

요한복음 18장 26, 27절

 이번 고난주간을 보내면서 제 모습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정직하게 돌아오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하나님을 만나고 살아있는 듯한 주님을 느꼈던 시절, 믿음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어리숙하고 잘 몰랐지만 주님을 향한 열정 하나만은 뜨거웠던 그날을 회상해봅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었고 하나님을 위해서 나의 인생이 쓰임 받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 훨씬 많은 성경 말씀을 배워왔고 그 의미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때에 비해서 나는 훨씬 더 세련된 기도를 하고 있고 내가 알고 있는 예수님에 대해서 유창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지식과 경험들로 인해서 나는 하나님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식들과 경험이 쌓였으면 하나님을 향한 열정과 사랑, 그분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도 그 많은 자라야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는 것 같습니다.
 고난주간을 보내면서 제 마음은 무겁습니다. 언젠가부터 매년 반복되는 고난주간 나는 그분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분의 십자가를 보고도 무덤덤한 나의 마음이 익숙하기까지 합니다. 나의 일상의 삶에서도 변화가 없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입니다. 내일이라고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나의 이런 모습이 지쳐서인지 아니면 세상과 적당히 타협함으로 인해서 변해버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나에게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기까지 기도하신 예수님의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는 그 분의 아픔이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으로 전해지지 않습니다.
 주님이 십자가에서 고통을 감당하시고 나를 위해서 구원의 완성을 이루어 주셨는데 나는 나의 일상의 일들로 바쁩니다.
 어떻게 하다가 내 마음이 이렇게 식어버렸을까 생각해보지만 답답할 뿐입니다. 그냥 과거 내가 얼마나 하나님을 정말 사랑했는데 그 감격이 있었는데.. 회상만 할뿐 더 이상 한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해 한해 고난주간이 올 때 마다 그 기간이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빨리 고난주간이 끝났으면, 빨리 부활절이 지났으면 나의 이 불편한 마음이 사라질텐데” 라며 그 시간을 보냈던 적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싸구려 진통제 같아서 나를 무감각하게는 했지만 내 속사람은 병들어 갔습니다.
 그래도 올 해는 우리 교회가 다시 새롭게 변화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저 역시 변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반드시 고난주간 말씀묵상을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말씀을 읽고 묵상을 하면서 주님이 나의 주신 한마디 말씀을 구했습니다.
 말씀을 읽을 때 마음에 부딪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베드로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모습에 눈길이 갔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 예수님과 같이 있었지만 베드로는 기도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그는 일상의 고단함으로 인해서 눈꺼풀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군병들이 예수님을 잡아가려고 했을 때 베드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말고라는 사람의 귀를 상하게하는 혈기를 부리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군병들에게 끌려갔습니다. 남은 제자들은 모두 혼비백산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죽기까지 주님을 따르겠다던 베드로도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오래 가지 못해서 그는 다시 예수님을 멀리서 쫓아갑니다. 왜 그랬을까? 미안한 마음에 아니면 수제자로써 자신의 위치가 의식되서 또 아니면 예수님을 향해 남아있는 그의 진심이 그를 붙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잡혀가신 대제사장의 집 뜰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곳에서 3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예수님을 자신의 생명을 버리기까지 지켜드리고 싶었던 그 분을, 3년 동안 그의 심장을 뛰게 했고 매일 매일이 감격과 은혜 안에 있도록 해주셨던 분을 그는 부인했습니다.
 정말 믿음이 필요했을 때 믿음이 아닌 머리가 반응을 했고 그 상황을 모면하는데 그는 급급했습니다.
 예수님의 수제자라 다른 제자들처럼 도망도 못가고 겨우 쫓아가는데 막상 믿음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베드로.
 햇수로 17년이라는 시간동안 교회를 다니고 교회에서 집사의 직분과 교사의 직분을 가지고 있고 믿음의 연륜이 있는 척하고 교회지체들이 주는 인정 때문에 도망은 가지 않고 겨우겨우 쫓아가고는 나에게 정말 믿음이 필요할 때 내 안에 믿음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나 역시 베드로와 같았습니다. 머리로는 아는 것은 많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들은 나의 믿음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베드로는 3번 예수님을 부인했을 때 닭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도망치듯 그곳을 떠나 통곡을 했습니다.
 그래도 소망이 있는 것은 베드로 그는 실패했지만 그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했고 그 말씀에 반응했습니다. 베드로의 그 통곡이 그를 다시 일으키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나에게도 예수님의 말씀에 반응하고 통곡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딱딱하고 무뎌진 이 마음에도 통곡의 눈물이 다시 흐르게 된다면 지금까지 내 모습과 상관없이 내가 다시 십자가를 바라볼 수 있고 그분의 고난에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나는 이 통곡을 잃어버렸을까?’ 이 질문은 답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내 관심이 내 마음이 당신이 아닌 일상의 삶에 훨씬 많은 비중을 두고 살아왔습니다. 내가 한 가정의 가장이기에 먹여살려야 될 처자식이 있어서, 직장에서 인정받고 승진해야지 잘못해서 짤리면 안되니깐 직장에 코를 박고 있어야 되고, 나는 너무나 고생하고 수고했으니깐 좀 쉬면서 여가시간도 보내야지, 또 나를 너무나 닮은 나의 분신 우리 딸 서아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 고민도 해야하고 서아가 주는 그 사랑스러움에 온 정신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렇게 내 마음의 중심에서 예수님은 밀려났습니다. 겉보기에는 교회를 섬겼지만 습관처럼 반복되는 일상 중에 한가지였지 그곳에도 예수님을 향한 나의 마음은 점점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통곡하는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모습으로 고난주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님 베드로의 통곡이 저에게도 필요합니다. 당신의 말씀이 더 이상 나를 비껴가지 마시고 나에게 부딪쳐 통곡으로 당신께 대답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내 인생의 기준이 당신께 돌이켜지길 간절히 원합니다. 더 이상 당신이 없는 고난주간을 보내고 싶지도 않고 내 인생에 당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삶을 이젠 싫습니다. 사람의 눈보다 하나님의 시선을 더 반응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기를 원합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실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내 삶에서 기념하고 섬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인생이 되고 싶습니다.
 이 고백을 드리는 지금도 베드로와 같은 극적인 통곡은 제 안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갈망이 내 마음에 심겨졌음에 감사합니다. 이 싹을 잘 돌봐서 잎이 나고 열매가 맺히게 할지 아니면 또다시 말라비틀어지게 될지는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그래도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은 바로 베드로가 실패할 것까지 알고 계셨지만 그에게 말씀을 주시고 그를 따뜻하게 바라보셨던 예수님의 시선이 저에게도 늘 향해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제 인생에도 소망이 있습니다.
 당신에게 주신 자들을 한명도 잃지 않기 위해서 늘 바라보시고 중보하시는 주님으로 인해서 사실 지금까지 내가 이 길을 돌이키지 않고 여기까지 왔음을 고백합니다. 이 주님 앞에 제 마음을 다시 한 번 쏟아 놓습니다.
 “나의 목자 나의 예수님 내가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나를 향해 보내주신 당신의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마시고 내가 헛튼 짓을 하더라도 나의 귀를 열어주셔서 당신의 음성을 듣고 곧바로 돌이키게 해주세요 그렇게 당신이 이끄시는 그 곳에 내가 있기를 원합니다. 당신이 계신 그곳이야 말로 내가 진정한 안식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곳으로 저를 이끌어주세요 그 길이 바로 나에게 주신 십자가의 길이겠지요.
 나의 목자 나의 예수님 나는 당신의 양이기 때문에 저는 당신의 음성을 알고 있습니다. 나의 이름을 불러주시면 내가 바로 당신께 돌이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나의 부르심의 사명을 완수하는 그 때까지 그렇게 저를 이끌어주세요.”
 주님께서 이번 고난주간을 통해서 나의 모습을 돌아볼 시간을 주심을 너무나 감사합니다. 당신의 말씀이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와주심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젠 당신의 이 말씀에 내가 전과 다르게 반응하길 바랍니다. 당신의 말씀에 가슴 뛰게 하시고 꿀송이와 같이 달다 고백한 다윗과 같이 말씀에 대한 갈망을 더하여 주시고, 내가 어디 있든지 그곳에 당신의 말씀이 함께 한다면 냉냉했던 나의 마음은 다신 없겠지요 비록 내가 또 지치고 사람들 앞에서 의연한 척하지만 속으로 두려워할지라도 당신이 주신 말씀이 내 안에 있을 때 나는 주님 당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나에게 영원한 천국을 주시기 위해서 고난 받으시고 십자가에 오르시는 주님, 나를 사랑하시기에 나를 종이 아니라 자녀라고 불러주시는 주님, 옛습성을 따라 내가 돌이켜 당신을 외면 할 때도 나를 기다려주셨던 주님,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 사랑에 내가 조그마한 몸짓이라도 반응하며 찬양으로 답하기를 원하오니 언제까지나 나는 당신의 백성이 되고 당신은 나의 주가 되어주시옵소서 그러면 내가 족하겠나이다. 아멘～